부동산규제 완화 시늉만?…'핵심' DSR 못 건드리는 금융위의 고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11-28 17:09:02

금리 상승으로 DSR 한도 축소…LTV 완화해도 DSR 규제에 걸려
가계부채 2311조…"취약차주 부실,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도"

집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도 30% 넘게 빠진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는 규제 완화에 나섰다.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건데, 효과는 장담키 어렵다. 집값은 여전히 4~5년전보다 월등히 비싸다. 게다가 대출 금리는 상승중이다. 규제를 완화해도 대출받아 집사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정부가 부동산 금융규제 빗장을 화끈하게 풀어젖힐 수도 없다. 경제 전문가들 과반이 1년내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고, 그중 가계대출 부실을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는 터다. 

일단 금융위원회는 지역·집값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50%로 완화했다. 시가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했다. 국토교통부는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시장은 냉랭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동산규제가 완화될 때마다 공격적인 마케팅 지시가 내려오곤 했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고 머리를 저었다. 그는 "대출 수요가 차갑게 식은 상태라 영업 기조가 바뀔 까닭이 없다"고 했다.

규제 완화가 효과를 못 내는 이유로 '금리 상승', '집값 고점론'이 꼽힌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그대로란 점도 추가된다. 여전히 총대출 1억 원 이상 차주는 DSR 한도가 40%(2금융권 50%)로 제한된다. 

DSR은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구한다. 금리가 높을수록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차주의 대출 가능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올해 내내 이어진 금리 상승으로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7% 선을 돌파한 상태라 DSR 규제는 대출 한도를 조이는, 가장 강력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완화된 LTV 규제를 적용해도 DSR 규제 탓에 차주의 대출 한도가 증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례로 대출금리를 연 7%로 가정할 시 연 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시가 10억 원 주택을 구입하면서 DSR 규제 40%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최고액은 2억5000만 원이다. LTV 규제한도가 40%이든, 50%이든 해당 차주의 대출 가능액은 변하지 않는다. 

DSR 40% 한도 내에서 금리 연 7%로 5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해당 차주의 연 소득이 1억3000만 원이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LTV 완화는 일부 고소득자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꼬집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TV 완화나 규제지역 해제만으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DSR 규제로 매수자들의 구매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DSR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한, 규제 완화하는 시늉만 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열린 '제16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그렇다고 DSR를 화끈하게 완화할 수도 없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겠다"면서도 DSR 완화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명확한 답을 꺼렸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부실을 걱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계부채는 한국경제 시한폭탄으로 지목된지 오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총 2311조4000억 원으로 전년말(2245조4000억 원) 대비 66조 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량(108조1000억 원)보다는 축소됐으나 꾸준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가계신용에 사실상 가계부채인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까지 더한, 국제 비교가 가능한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가계 경제를 압박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가계는 자칫 쓰러질 수 있다. DSR 규제는 차주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DSR 규제 완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취약차주에 대한 염려는 이미 불거지고 있다. 한은이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달면, 지난해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3.2%를 차지했다.

한은은 DSR이 40%를 초과하면서 자산대비부채비율(DTA)도 100%를 넘는 가구를 고위험 가구로 분류했다. DTA가 100% 초과란 건, 가진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는 이미 많다. 금리상승기에 취약계층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도 "현 가계부채 규모는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가계부채 부실 확산은 시스템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일부 금융사의 건전성 악화 등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확산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을 시스템적 리스크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과 주요 경제 전문가 72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내에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58.3%였다. 또 69.4%는 금융시장 최대 위험요인으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부담 증가"를 지목했다. 

성 교수는 "지금 당장 금융위기가 온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가계부채 확대가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누증된 가계부채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한해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경우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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