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여행도! 계곡도! 경기도] ⑩만추의 정취 가득 고즈넉한 사나사 계곡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 2022-11-10 13:31:43

청옥빛 계곡물에 굽이 도는 산자락 길 끝 천년고찰이 고요한 곳
영화·드라마·CF 60편 촬영한 아름다운 미니 수목원 '더 그림'까지
▲ 사나사 계곡과 산책로 [김영석 기자]

11월 초입의 만추(晩秋), 쌀쌀해진 날씨에 작은 바람에도 곱게 물들었던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가지에 남아 있는 잎사귀들도 물기를 잃고 퇴색해 갈색으로 변한다. 가을이 깊어졌다는 의미다.

가을이 깊어지면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산과 들 나들이보다는 늦가을 정취가 담긴 조용한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길지 않은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심호흡과 함께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을 찾게 된다.

인적이 많지 않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낙엽이 흩날리는 고즈넉한 오솔길이면 더욱 좋다.

산책 후 차가워진 몸을 따뜻한 차 한잔으로 덥히고 조금은 센티해진 마음을 밝게 해줄 아름다운 공간이 있어 깊어가는 계절 여행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양평군 용천리 '사나사' 계곡이 바로 그런 곳이다.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1급수 청정계곡에 1㎞ 남짓 굽이 도는 산자락 길 끝 천년 고찰이 자리 잡은 곳이다.

▲ 청옥 빛 1급수의 사나사 계곡물 [김영석 기자]

계곡 입구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이 숲길 끝 천년 고찰로 이어지며, 동화 속 그림같은 미니수목원 정원에서 따뜻한 차 한잔으로 만추의 무거움을 녹일 수 있는 차분한 산책 코스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1시간,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나사 계곡은 용문산(1157m) 자락의 성두봉(441m)과 벽봉(343m) 사이를 흐르는 계곡으로. 북쪽 끝 천년고찰 '사나사'에서 아래쪽 수운가든까지 약 1㎞ 구간을 말한다.

'사나사' 절 이름을 딴 사나사 계곡은 옥천면 용천리 용천1교에서 설매재 자연휴양림 쪽 물과 만난 뒤 유명산(863m) 자락의 동막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류해 사탄천을 이루고 아신리를 거쳐 남한강으로 흘러 든다.

마을회관 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면 하얀 색으로 칠한 나무 판자 벽에 분필로 메뉴를 적어 걸어 놓은 단촐한 모습의 이름없는 카페와 마주친다. 이 카페 오른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도로 왼편 계곡을 따라 잘 정비된 데크로가 이어진다.

▲ 사나사 계곡 데크로에 걸린 플래카드 [김영석 기자]

데크로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경기도 청정계곡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이 곳이 경기도와 양평군이 불법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청정 경기계곡'으로 복원해 도민의 품으로 돌려준 계곡임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공영주차장 아래 마을회관에서 수운가든까지 400여m에 걸쳐 데크로와 계곡을 중심으로 양 쪽에 음식점과 팬션이 빼곡이 들어서 있어 과거 불법의 상황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이제는 계곡의 맑은 물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싣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유유히 흐르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청정계곡으로 복원됐고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이 곳에서 만난 용천리 정재국(68) 이장은 "사나사 계곡은 혹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어떤 폭우에도 휩쓸리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청정계곡"이라며 "그냥 마셔도 되는 수질에 하류의 음식점 등에서 설치했던 불법 시설물까지 모두 철거돼 이제는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명소 중의 명소가 됐다"고 자랑했다.

계곡 물결따라 흐르는 낙엽을 보며 데크로를 걸으면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 300년 된 마을 보호수 느티나무가 가지에서 떨어진 낙엽에 에워싸인 채 가을이 깊어졌음을 알린다.

▲ 고즈넉한 사나사 계곡 산책로 [김영석 기자]

느티나무를 지나 조금 더 위쪽으로 향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오는 데, 이곳에서부터 천년고찰 사나사까지 계곡을 따라 산자락을 돌며 더없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 다리를 지나는 여행객의 눈에 들어오는 사나사 계곡물은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청옥 빛이어서 감탄과 함께 걸음을 멈추게 된다. 청아한 계곡물에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하면 바로 산자락 모퉁이가 나오고, 이 모퉁이를 돌면 사나사로 향하는 본격 여정이 시작된다.

산자락을 돌아 100m 가량 지나면 고려 때 지방호족이었던 함왕의 전설이 깃든 함왕혈이 나오고, 졸졸졸 소리를 내는 계곡물 소리를 따라 다시  조금 더 올라가면 커다란 돌로 사람 키만큼이나 높게 쌓은 돌담이 늦가을의 파수꾼인 양 길손을 맞는다.

돌담길을 지나면 계곡 쪽으로 아무렇게나 자란 잣나무 숲에 이어 다시 계곡을 가로지르는 난간없는 다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부터 사나사 일주문까지 숲길 양쪽 나무 아래로 수북이 쌓인 노란 은행잎이 고즈넉한 만추의 정취를 더한다.

▲ 사나사 전경 [김영석 기자]

발밑에서 뒹구는 은행잎을 바라보며 앞으로 향하면 사나사 일주문이 나오고 일주문을 지나면 왼편 산자락에 이 산책로에서 가장 유명한 소나무 삼형제가 사찰로 향하는 내방객을 바라본다. 길 끝에서 용문산의 주봉인 백운봉(941m)을 배경으로 소박하게 자리 잡은 사나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은 낯선 이름의 사나사에 들어서면 아직은 가을 단풍색이 남아 있는 갈색 톤의 백운봉 산자락을 배경으로, 높지 않은 기와 처마의 종무실과 뒤편 자그마한 크기의 대적광전(大寂光殿)에서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가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게 한다.

일본이나 동남아의 절 이름같은 사나사(舍那寺)는 이 절에 살던 '노사나'라는 부처님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사나(舍那)는 비로사나불(毗盧舍那佛)을 줄인 말인데, 비로사나불은 광명 또는 빛의 부처로 최고의 부처를 의미한다.

이 절의 대웅전인 대적광전의 앞 글자 '大寂'이 '크게 고요한'이란 뜻인 것처럼, 사찰내 군데군데 자리잡은 불상과 석탑, 종각, 누각 등의 모습은 걸으면서도 명상에 잠긴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록 무게감을 더한다.
 
국내 사찰 가운데 처음으로 '조계종'이라는 이름을 쓴 것으로 알려진 사나사는 923년(태조6) 고려 태조의 국정을 자문한 대경국사(大鏡國師) 여엄(麗嚴·862~929)이 제자 융천(融闡)과 함께 세운 천년고찰이다. 평소 한적해 조용하게 마음을 다스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 사나사의 석조미륵여래입상 [김영석 기자]

대적광전 앞마당에는 원증국사탑(경기유형문화재 72)과 원증국사석종비(경기유형문화재 73), 삼층석탑(경기문화재자료 21) 등 고려시대 문화재가 있고 오른쪽에는 석조미륵여래입상이 있다. '원증'은 고려 말 국사로 활동한 태고 '보우' 선사의 호다.

사나사 오른 쪽으로는 계곡을 끼고 백운봉과 함왕봉(947m), 장군봉(1055m)에 오르는 등산로가 나오는데, 오르는 길에 용소와 폭포가 있어 등산객들이 숨을 고르고 쉬어갈 수 있다.

사나사 계곡 길 산책은 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돌아 원점으로 회귀되는 코스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반이면 충분한 거리다.  

산책을 시작했던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상념에 젖었던 마음의 무게와 계곡 바람에 차가워진 몸이 계절 만큼이나 가라앉아 있음을 느낀다. 센티해진 마음과 무거워진 몸에 따뜻한 활기를 불어 넣고 싶다면 주차장에서 300여m 아래에 있는 미니 식물원 '더 그림(The Greem)'을 들르면 된다.

▲ '더 그림' 주차장에서 바라본 용문산 [김영석 기자]

더 그림은 각종 TV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촬영장소로 애용되는 아름다운 정원과 맑은 계곡물, 유럽풍의 건물, 계절별 꽃, 예쁜 조형물이 가득한 미니 식물원이다.

1만 1483㎡ 규모의 더 그림은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는 잔디밭과 노란색·분홍빛 수국에 둘러싸인 에펠탑 모형의 조형물이 유럽풍의 건물과 어우러진 그림같은 정원에,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6개의 시설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를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정원을 중심으로 배치된 6개의 시설물은 풍경화, 수채화, 스케치, 산수화로 이름 지어진 건물과 유리온실이다.

정원의 북쪽 한가운데 자리잡은 풍경화동은 더 그림의 본채로 이곳을 만들고 가꾼 주인이 기거하는 곳이다. 영화 드라마 CF 예능 프로그램에 부잣집 큰 저택으로 등장하는 단골 장소로 에용된다.

▲ 파리 에펠탑 조형물과 풍경화동이 있는 더 그림 정원 [김영석 기자]

풍경화동을 중심으로 더 그림에서 촬영한 영화와 드라마, CF, 예능이 2005년부터 60여편에 이른다. 수채화동은 입장시 받은 티켓으로 원하는 음료와 교환해 창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음미해보는 공간이고, 스케치는 와인과 모자 액세서리 등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쉼터다.

산수화는 아기자기한 인형과 소품을 갖춘 황토방 포토존이고, 유리 온실은 4계절 내내 아름답고 싱그러운 식물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체험·휴식 공간이다.

더 그림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건강이 나빠져 전원생활을 꿈꾸던 윤석영(74) 대표가 내려와 정착한 곳이다. 윤 대표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면서 수목의 치유 특성을 발견해 2002년부터 외부인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 정성스레 더 그림의 모습을 만들어 나갔다.

2014년부터는 지금의 카페형 미니 식물원을 조성, 운영에 들어갔다. 더 그림의 모티브 역시 계곡이다.

사나사 계곡 산자락을 돌아 천년고찰에서 세속의 때를 덜고, 더 그림의 동화같은 공간에서 차 한잔을 하노라면 만추의 여정은 더없이 깊고 아름다워진다.

사나사 계곡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 하남 IC를 나와 팔당대교를 건넌 뒤 6번 국도를 타고 양평 옥천로터리에서 좌회전해 옥천냉면마을을 지난 백현 4거리에서 우회전, 37번 국도 농협주유소를 지나면서 좌회전 하면 나온다. 중부고속국도를 이용할 경우 양평 TG를 나와 6번 국도와 합류한 뒤 같은 길을 이용하면 된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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