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한남 2구역 품은 대우건설, 약속 지킬 수 있을까
UPI뉴스
| 2022-11-07 13:48:46
고도 완화, 서울시 구체적 계획 아직…형평성 문제도
혼탁한 수주전은 병폐…공정성·투명성 확보 노력해야
한남 2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둘러싼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다툼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대우의 품에 안겼다. 수주전 과정에서 나타난 진흙탕 개싸움을 연상시킨 과도한 경쟁은 어쨌든 이기겠다는 경쟁심리의 결과로 치부하더라도 과연 재개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남겼다.
한남 2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에 모두 1537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7908억 원에 달하고 총사업비가 1조 원에 육박하는 대형정비사업으로 평가됐다. 또 한강변 노른자위에 위치해 시공권을 따내면,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대우 vs 롯데의 과도한 수주전…상호 비방, 고발
8월에 진행된 재개발 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6개 회사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보증금 800억 원을 낸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최종적으로 시공권을 놓고 경합을 벌여왔다.
그런데 이 과정이 치열하다 못해 불법 홍보전과 상호 비방으로 번졌고 결국 용산구청이 두 회사에 위법행위에 대한 경고와 주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특히 총회를 사흘 앞두고 열린 부재자 투표 현장에서는 투표가 중단되고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합원 명부를 빼돌리기 위해 양사가 지정하지 않은 직원이 무단침입했다고 롯데 측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대우건설이 부재자 투표를 돕기 위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으로 밝혀지면서 일단락됐지만, 과도한 경쟁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대우, 롯데 두 회사 모두 파격적 제안
수주과정에서 두 회사가 제안한 내용을 보면 과연 자금시장이 경색돼 있고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의심되게 만들 정도였다. 수주에 성공한 대우건설의 제안을 보면 담보인정비율(LTV)을 150%까지 보장해주고 감정 평가액이 못 미치더라도 최저 이주비를 세대당 10억 원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주비 상환을 1년 유예하고 분담금 납부도 2년 후로 약속했다. 롯데의 지원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LTV 140%를 약속했고 이주와 사업비 합쳐 모두 4조 원을 책임 조달하겠다고 제시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지금 자금시장이 경색된 데다가 당분간 고금리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약속을 다 지키려다 보면 승자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고도제한 완화, 건설사가 약속할 문제는 아닌 듯
물론 이러한 자금 계획이야 당사자인 대우건설이 제대로 챙겼다 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바로 대우건설이 제시한 고도제한 완화 문제다. 한남 2구역은 인근 남산 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90m 이하의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 따라서 당초 설계는 14층으로 돼 있던 것이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고도제한을 118m까지 풀어 최고 21층까지 짓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제안의 근거로 서울 전역의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창출하겠다는 서울시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도제한 문제는 건설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규제 완화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대한 서울시의 구체적 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이른 시일 안에 변경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90m 제한을 넘지 못한 인근의 유엔사령부 부지와 한남 4구역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개발 사업의 속도가 지연될 수 있고 사업 지연은 재개발 사업에서 치명적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씁쓸한 뒷맛 남긴 한남 2구역 수주전
이번 한남 2구역 조합 총회에서 대우건설이 얻은 표는 410표로 342표를 받은 롯데건설보다 겨우 68표가 많은 데 그쳤다. 사업이 지연되는 등의 차질을 빚을 경우, 조합원 간의 갈등이 표출할 문제도 숨어있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간다 하더라도 이번 한남 2구역 시공사 수주전은 재개발 사업에 대한 건설사의 자성을 촉구하기에 충분하다. 부재자 투표나 서면 동의에 대한 투명성 확보에 문제가 있었고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약속이 난무했다. 혼탁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는 수주전이었다. 수도권의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재개발 시공권은 건설사의 주요 경쟁 대상이 될 것은 분명하다. 업계 차원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이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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