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로또의 경제학
UPI뉴스
| 2022-11-07 10:22:14
국내 로또 당첨 확률, 이월 제한으로 '대박'에 한계
로또 명당, 당첨번호 예측은 '허상'…맹신 말아야
1000원 중 410원 '복지기금' 조성…선행에 일조
미국의 파워볼 복권의 1등 당첨자가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8월 3일부터 40회 연속으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1등 당첨금은 19억 달러( 2조6809억 원)로 늘어났다. 세계 복권 사상 가장 많은 당첨금이 됐다.
매주 3회 추첨하는 파워볼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7일 밤 다시 추첨에 나서게 된다. 당첨금이 늘어나면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추첨 시각에는 1등 당첨금이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 구입한 미국 복권 당첨금 수령은 미지수
법원, 미국 복권 구매 대행업은 불법으로 판단
미국의 로또가 거액의 당첨금을 쏟아내자 국내에서 미국 로또를 대신 구매해주는 구매 대행업이 생기기도 했다. 휴대전화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한 후 결제카드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해당 번호가 당첨되면 구매대행 업체가 당첨금을 현지에서 수령해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1·2등에 당첨되면 직접 당첨금을 받으러 가야하고, 3등 이하는 대행업체가 전달한다.
그러나 구매대행을 통해 구입한 미국 복권이 당첨되더라도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워볼 등 미국 복권 회사들은 외국인도 미국 복권을 구매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만 구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인터넷이나 우편으로 권역 밖에서 구매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첨자가 복권 구매 시점에 미국에 있지 않았다면 당첨금을 수령할 수 없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 복권을 구매 대행하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지난 4월 법원이 구매대행 사업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구매대행 자체를 불법으로 판단한 것이다, 국내의 복권 발매는 국민체육진흥법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발행됐더라도 국내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의 결과이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국내 로또, 미국처럼 '대박'이 터지지 않는 이유
우리나라 로또의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 분의 1이다.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하지만 미국 파워볼의 1등 당첨확률 2억9220만 분의 1과 비교하면 35배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이처럼 낮은 당첨확률에 1등 당첨자가 없으면 무한정 이월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번처럼 오랫동안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이 천문학적으로 누적된다.
우리도 처음 로또가 출범했을 때 게임당 가격 2000원에, 1등 당첨자가 없으면 5회까지 이월 가능했다. 그런데 2003년 4월 19회 차에서 이월돼 쌓여 1등 당첨금이 400억 원대로 예상되자 사회적으로 로또 광풍이 불었다. 춘천의 한 경찰관이 407억 원 당첨의 행운을 잡았지만, 로또의 부작용이 문제가 됐다. 그 이후 게임당 금액을 1000원으로 낮추고 이월 횟수도 2회로 제한했다.
로또의 이월 한도를 제한했지만, 우리 로또는 근본적으로 이월돼 당첨금이 누적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한 주에 판매되는 국내 로또는 1000억 원어치로 게임 수로는 1억 게임 정도 된다, 따라서 확률로 계산해 보면 (1억÷814만5060=12.27) 1주에 12명 정도의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1등 당첨자가 없어서 이월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복권 명당, 확률로는 근거 없는 얘기
로또의 관심이 높아지면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는 소위 복권 명당으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도 확률로 계산해 보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게 드러난다.
지금까지 40회 넘는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는 소문난 로또 명당이 서울에 있다. 그런데 이 업소의 1주일 로또 매출은 20억 원에 달한다. 1주일에 대략 2백만 개의 게임이 팔린 셈이다. 따라서 4주에 한 번 정도는 1등 당첨자가 나와야 확률적으로 맞다. 그러니까 40번 이상의 1등 당첨자 배출은 확률로 봤을 때 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1등 당첨자가 적은 로또 판매업소를 찾는 것이 확률적으로는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는 것이다.
당첨번호 예측 업체, '아니면 말고'식 영업
또 하나, 로또 마니아를 현혹하는 것으로 당첨번호 예측 업체를 들 수 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알고리즘으로 당첨번호를 예측한다고 하지만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번호를 무작위로 남발해 여기저기 뿌려놓고 그중에 하나라도 1등에 당첨되면 무슨 족집게처럼 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1019회 차 로또에서 1등 당첨자가 무려 50명이나 나왔다. 당시 특이한 것은 1등 당첨자 가운데 42명이 수동으로 번호를 맞춘 것이다. 그런데 한 당첨번호 예측 업체에서 1등 당첨번호의 6개 숫자를 분석한 결과 이 숫자들이 그동안 가장 많이 뽑힌 숫자 순위 10개 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각 번호의 전체적인 출현 빈도와 최근 10회 동안의 출현 빈도를 비교해 계산하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출현 빈도를 이용하는 로또 번호 예측은 이미 로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상식이 됐지만, 여전히 자동으로 1등에 당첨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출현 회수가 상위에 속하는 숫자와 그렇지 않은 숫자의 출현 빈도 차이가 유의미할 정도로 크지 않다. 당첨번호 예측은 그다지 믿을 것이 못된다는 얘기다.
로또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위로하는 소박한 환상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거처에서 낙첨된 복권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소식이나 복권에 당첨된 이후 불행에 빠져든 사람의 소식은 복권의 어두운 면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로또는 서민들의 빈 주머니를 따뜻하게 해주는 소박한 환상이다. 로또를 들고 막연한 기대로 1주일을 기다리는 평범한 서민의 팍팍한 삶을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1000원짜리 로또는 500원은 당첨금으로 배분되고 410원 정도는 도움을 기다리는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간다. 요행이 아닌 선행의 징검다리로서의 로또를 생각해 본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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