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어렵다는데…은행계 증권사는 '편안'한 이유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11-02 16:32:42

지주사 간여로 엄격한 리스크 관리…"불황기엔 장점"
유동성 고민도 덜해…5대 금융, 계열사에 10조 지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설사가 아파트 등을 짓기 위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자금) 부실로 증권사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얘기가 회자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1~12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사가 신용 보강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는 20조4871억 원에 달한다. 11월 10조7297억 원, 12월 9조7574억 원이다. 

시장 침체로 부동산 PF 부실이 점점 심화하는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로 돈줄까지 막히면서 증권사들은 자금난에 처했다. 정부는 다급하게 채권시장안정펀드, 한국증권금융 등을 통해 증권사에 유동성을 수혈해주고 있다. 

그런데 모든 증권사가 그런 건 아니다. 은행계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모습이다. 은행계 증권사 관계자는 "어렵지 않은 건 아니지만, 타 증권사들보다는 내부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유동성 걱정도 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증권사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평소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한 데다 든든한 '큰형님'이 있는 은행계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모습이다. [UPI뉴스 자료사진]

우선 KB·신한·하나·NH농협 대형 금융지주 계열의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비중이 타사보다 작은 편이다. KB증권만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한국신용평가 집계·올해 6월말 기준)이 42%로 다소 높은 편이고, NH투자증권(28%)과 신한투자증권(29%), 하나증권(25%)은 20%대다. 메리츠증권(88%), 현대차증권(79%), 교보증권(67%), 삼성증권(61%) 등과 차이가 크다. 

부실 위험도 낮다. 임필규 KB금융지주 부사장(CRO)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9월말 기준 KB금융그룹 전체 부동산 PF 잔액(9조5000억 원) 가운데 문제 사업장 비중은 0.68% 수준"이라고 밝혔다. 

방동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RO)은 "부동산 PF는 총여신의 2% 정도다. 이 중 고정이하여신은 200억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후승 하나금융그룹 부사장(CFO)은 "부동산 PF 리스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그룹에 레고랜드 사태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계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위험에 별로 노출되지 않은 이유로는 엄격한 리스크관리가 꼽힌다. 은행계 증권사 관계자는 "모든 사업과 투자에 지주사가 꼼꼼하게 살펴보고 간여한다. 은행지주사라 그런지 은행 기준으로 깐깐하게 리스크관리를 요구한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대개 은행보다 위험자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은행 기준을 요구할 경우 타 증권사보다 리스크관리가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보다 지주사 기준이 더 엄격할 정도"라고 말했다. 

부동산 PF는 수익률이 높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이던 저금리 시대에도 부동산 PF 금리는 연 3~5% 정도였다. 올해는 연 10%를 넘어섰으며, 연 20%에 육박하는 PF 사업장도 여럿이다. 

수익이 쏠쏠하기에 부동산 호황기에 여러 증권사들이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은행계 증권사들은 지주사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증권사 입장에서 호황기에는 지주사 간여가 부담으로 작용했으나 불황기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온 셈"이라고 진단했다. 

유동성 걱정도 덜하다. 은행계 증권사 관계자는 "어려울 땐 든든한 '큰형님'이 있는 게 좋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5대 금융지주는 계열사에 총 10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확한 비중은 밝힐 수 없지만, 증권사 지원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 형식은 대출이나 증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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