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심상치 않은 SPC 불매 운동
UPI뉴스
| 2022-11-01 16:29:19
소비자에서 타 기업으로 불매 운동 확산 중
남양유업·유니클로 선례…SPC도 타격 우려
진솔한 사과·반성, 확실한 대책이 선결 요건
20대 여성 근로자의 끼임 사망 사고 이후 나타난 SPC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심상치 않다. 트위터 등 SNS에는 바코드를 찍으면 SPC 제품인지 판독해 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바코드 사진을 찍거나 바코드의 번호를 입력하면 SPC 제품인 여부를 알려준다. SPC 계열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팔리는 SPC 제품에 대해서도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불매 운동은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이번 주부터 간식 납품업체를 SPC에서 롯데제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직원들의 간식으로 SPC 파리바게뜨의 단팥 크림빵 등을 제공해 왔으나 롯데제과 제품으로 바꾼다는 내용을 내부공지로 직원들에게 알렸다. 또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한 소비자가 SPC로부터 햄버거 빵을 납품받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SPC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고객센터에서 안내하기까지 했다.
SPC에 대한 불매 운동이 처음 시작됐을 때 일부에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그래서 지난달 25일에는 주가가 8% 가까이 급등하며 불매 운동 이후 낙폭을 만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PC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에 따른 SPC의 충격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 불매 운동 사례는 남양유업과 유니클로
국내에서 벌어진 불매 운동의 대표적인 사례가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 운동은 2013년에 일어났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까지 섞인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고 이게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에도 알바생에 대한 갑질, 오너 일가를 둘러싼 잡음 등이 끊이지 않았고 2019년에는 자사 유제품이 코로나 예방효과가 있다는 주장으로 식약처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 결과 불매 운동은 근 1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한때 100만 원을 넘는 황제주로 대접받았지만, 이제는 40만 원 밑에서 헤메고 있다. 시가총액을 보면 기업 가치가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 운동도 되짚어 볼 만하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반일 감정에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났지만, 초기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유니클로 임원이 불을 질렀다. 공식 석상에서 한국에서의 불매 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후 유니클로는 두 달 만에 국내 매장 3곳이 문을 닫았다.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도 2019년 1조3780억 원이던 것이 2021년에는 5824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반복되는 잘못과 실언, 대체재 존재 여부가 불매 운동의 관건
위의 두 사례를 보면 처음 문제가 발생한 이후 기업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불매 운동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유니클로도 한국민의 감정을 건드리는 실언이 없었다면 그리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불매 운동은 해당 기업의 제품을 대신할 상품이 있느냐에 따라 지속 기간과 충격의 정도가 영향을 받게 된다. 남양유업의 우유나 유제품의 경우 서울우유나 매일유업 제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바꿔도 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또 유니클로도 고정 소비자가 많다고는 했지만, 자라나 H&M, 탑텐 등으로 대체할 수 없는 상품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SPC 불매 운동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SPC의 국내 제빵 시장 점유율은 대략 5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CJ의 뚜레쥬르나 동네 빵집이 SPC를 대신하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이후 형성된 호의적인 이미지가 사세 확장에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그에 대처하는 SPC의 미숙함으로 상처를 입고 불매 운동에 맞닥뜨리게 됐다. 불매 운동 이후 SPC 가맹점의 매출은 평균 20% 줄었고 일부 점포는 매출이 40%가 넘게 떨어졌다고 한다.
SPC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단순히 안전 설비 미비에 대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고 다음 날 현장에서는 작업이 계속됐고 고인의 장례식장에 답례품으로 빵을 보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SPC가 직원들의 심정이 어떨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기업으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 이것은 곧 SPC가 이윤만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사고 이후 허영인 SPC 회장은 안전설비에 1000억 원을 투자하고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뼈를 깎는 노력',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 정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러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솔직히 시인하고 이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를 내놔야 할 것이다.
또 두루뭉수리 1000억 원이 아니라 어떤 설비에 어떤 안전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결과를 내놓고 여기에 어떤 투자를 할지 약속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만약 제대로 된 대처가 늦어진다면 우리는 또 1위 기업의 몰락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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