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롯데의 베끼기 DNA, 또 발동?

UPI뉴스

| 2022-10-31 17:06:49

'처음처럼 새로'의 캐릭터, 카브루 '구미호'와 유사
롯데, 음료와 과자 등에서도 베끼기 논란 휩싸여
법적인 논쟁에 앞서 롯데의 도덕적 자세 절실

롯데가 또 베끼기 논란에 빠졌다.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처음처럼 새로' 소주를 출시하면서 새로구미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이 캐릭터가 이미 동종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새로구미는 '새로'와 구미호의 합성어이다. 롯데칠성음료가 공개한 유튜브를 보더라도 전설 속의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구미호를 차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구미호가 주류 상품의 캐릭터로 처음 등장한 것은 2018년이다. 수제 맥주 업체 카브루가 구미호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 전면에 여러 개의 꼬리가 달린 구미호의 이미지가 새겨져 있고 제품 아래쪽에도 구미호를 대표 캐릭터로 제시하고 있다.

카브루라는 업체가 인지도 낮긴 하지만 최근 수제 맥주 시장에서 대형유통점과 콜라보 형태로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캐릭터의 차별성이 사라지면 영업에 치명적인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와 카브루의 '구미호' [장한별 기자·카브루 제공]

롯데, 그동안 음료 시장에서 베끼기 논란의 중심

음료 업계에서는 롯데를 두고 베끼기 왕자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과거 여러 차례 경쟁사의 신제품이 인기를 끌 모양새면 예외 없이 베낀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웅진의 '하늘보리'가 나온 뒤 '황금보리'라는 제품을 출시했고 광동제약의 '비타500'은 '비타파워',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는 '아침헛개', 팔도의 '비락식혜'는 '잔칫집', 동서식품의 '레드불'은 '핫식스'가 베낀 제품, 소위 미투 제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자 시장에서도 베끼기 논란에 휩싸여

롯데칠성음료뿐 아니라 롯데제과도 베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인 것이 '오징어땅콩'이다. 오리온이 1976년 출시한 오징어땅콩은 인기를 끌면서 오리온의 효자 상품으로 인정돼왔다. 그런데 오징어땅콩이라는 상품명이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받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어느 업체도 이 이름을 사용할 엄두를 못 냈지만, 롯데제과는 2012년 같은 이름의 제품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 권장 소비자 가격도 같고 내용물이나 원산지도 거의 비슷했다. 다만 제품 색상만 오리온에 비해 다소 짙은 것 이외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이미지, 디자인도 베꼈다는 의심받기도

2012년에는 국순당과 롯데칠성음료가 베끼기 문제로 법정까지 갈 뻔했다. 국순당이 롯데를 상대로 '백화차례주'의 용기가 자신들의 '예담차례주'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용기제조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롯데가 생산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소를 취하했다.

또 코카콜라와는 친환경 페트병을 두고 서로 자기가 먼저라며 베끼기 논란을 벌였다. 코카콜라가 페트병의 원료 30%를 사탕수수 추출 원료로 대체한 플랜트 보틀을 발표하자 며칠 뒤 롯데칠성도 친환경 페트병 그린보틀을 선보이겠다면서 뒤따라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이다. 

막강한 유통력을 앞세워 베끼기 제품 출시

롯데는 자체 제품의 브랜드파워뿐 아니라 롯데 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홈쇼핑 등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막강한 유통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통의 황제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다. 음료나 과자에서 경쟁사가 신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해도 롯데는 뒤늦게 베낀 제품으로 그룹사의 유통망을 통해 충분히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룹이다.

음료나 과자 업계의 경우 한 개의 신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출시한 신제품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베낀 제품이 등장해 시장을 빼앗아가면 허탈을 넘어 기업의 존립마저 흔들리게 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베낀 제품을 규제할 수 있도록 지적 재산권을 보완할 필요도 있겠지만 롯데의 도덕적 자세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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