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나비효과'로 자동차·주택 매수자도 날벼락…채권 할인율 급등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10-27 17:49:24

도시철도채권 '9월 20%→10월 25%'·국민주택채권 '9월 14%→10월 18%'
"채권금리 급등으로 할인율도 크게 올라…자동차·주택 매수자 부담 커져"

김 모(남·30) 씨는 최근 '현대차 2023 쏘나타 센슈어스(2000cc)'를 약 3500만 원에 구매했는데, 자동차 판매원으로부터 도시철도채권 관련 비용으로 약 180만 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같은 차종을 산 지인이 약 140만 원만 냈다는 걸 알고 있는 김 씨는 의아했다. 판매원에게 따져 묻자 판매원은 "한 달 새 도시철도채권 할인율이 급등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고랜드 사태' 등 탓에 9월까지 20% 수준이던 도시철도채권 할인율이 25%를 넘었다는 이야기다. 김 씨는 예상 외 지출에 속이 쓰렸다. 

안 모(남·40) 씨는 며칠 전 서울 대치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102㎡)를 약 27억 원에 매수했다. 시세보다 싸게 산 점은 좋았는데, 국민주택채권 관련 비용이 1800만 원을 넘어 놀라게 했다. 

아파트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들어 금리 상승으로 국민주택채권 할인율도 오름세라고 말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9월까지 13~14% 수준이던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이 10월 들어 16~18% 수준으로 뛰었다는 얘기에 안 씨는 낯을 찌푸렸다. 

▲ '레고랜드 사태' 영향으로 채권 할인율이 급등해 자동차·주택 매수자의 부담이 더 커졌다. 사진은 현대차 '2023 쏘나타 센슈어스'. [현대차 제공]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섣부르게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부도낸 '나비효과'가 금융사·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덮쳤다. 최근 자동차나 주택을 매수한 사람들이 채권 할인율 급등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국민주택기금법과 도시철도법 등에 따라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은 국민주택채권을, 서울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은 도시철도채권이나 지역개발채권을 반드시 사야 한다. 서울, 부산, 인천 등에서 자동차 구매 시는 도시철도채권을, 그 외 지역에서는 지역개발채권을 산다. 일종의 준조세인 셈이다.  

서울에서 2000cc 이상 승용차를 산 사람은 찻값의 20%에 해당하는 도시철도채권을 구매해야 한다. 1600cc 이상 2000cc 미만 의무매입비율은 12%, 1000cc 이상 1600cc 미만은 9%다. 

또 시가 6억 원 이상 주택 매수자는 집값의 3.1%에 해당하는 국민주택채권을 사야 한다. 2억6000만 원 이상 6억 원 미만 의무매입비율은 2.6%, 1억6000만 원 이상 2억6000만 원 미만은 2.3%다. 

국민주택채권 만기는 5년이다. 도시철도채권 만기는 7년, 지역개발채권 만기는 5년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했다가 원금과 이자를 수취할 수도 있고, 일정 비율만큼 할인해 즉석에서 되팔 수도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즉시 되파는 걸 선호한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할인한 금액은 돌려받지 못하므로 사실상 소비자들이 자동차·주택 구매 비용으로 그만큼 더 쓰는 셈이다. 

되팔 때 소비자들이 채권을 산 가격보다 할인하는 비율을 할인율이라고 한다. 100만 원의 채권을 구입할 때, 할인율이 10%라면 90만 원에 되파는 것이므로 해당 소비자는 10만 원을 지출한다. 할인율이 20%일 경우 소비자 지출은 2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 가격이 같더라도 할인율이 높을수록 손해인 셈이다. 

채권 할인율은 채권 가격에 따라 매일 변동한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할인율은 내려가고, 가격이 떨어지면 할인율이 상승한다. 

올해 들어 금리가 뛰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세다. 채권 금리가 오를 때 가격은 떨어진다. 이에 따라 할인율도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무거워졌다. 

작년 4분기 5% 수준이던 도시철도채권 할인율은 올해 9월 20% 수준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은 3~4% 가량에서 13~14% 가량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가뜩이나 오름세인 할인율에 레고랜드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채권시장에서 돈이 마르자 금리는 급등하고 가격은 급락했다. 

10월 들어 도시철도채권 할인율(서울)은 25% 이상,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은 16~18% 수준으로 급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레고랜드 사태 영향이 훨씬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 지사의 섣부른 결정 하나가 미친 파장이 매우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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