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尹정부, 또 한은 팔 비트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10-26 16:29:33

한은법상 금지된 SPV 강요…물가·환율 자극 우려
출범초부터 한은 '마통' 쓰더니 또 한은 발권력 의존
대통령은 5년 후 나가면 끝…부작용은 국민 '몫'

요상한 일이다. 섣부른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로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야기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어느 새 사라지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신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미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 적격 대상 담보 확대 등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뜻을 밝혔음에도 정부도, 기업도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설립'를 언급했다. 

SPV는 한은이 직접 자금을 투입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사들이는 기구다. 당장 숨통이 막힌 기업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우려되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우선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과 달리 SPV를 통해 한은이 영리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건 한은법상 금지돼 있다.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이런 조처는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시중 유동성을 늘려 물가와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지금처럼 전세계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진력하면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때는 부작용이 더 크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대규모 감세안을 내놨다가 금융시장에 대혼란만 일으키곤 44일 만에 사임했다. 

이 총재도 "처음부터 과도한 약을 쓸 순 없다. 현 상황에서 SPV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해외에서 그런 조치를 어찌 볼 지도 염려스럽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금융위원장이 직접 SPV 설립을 언급하는 등 정부는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한은이 백기를 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부터 한은 팔을 비틀었던 모습의 데자뷰다. 당시 정부는 6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신규 국채 발행 없이 추가 세수로 필요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추가 세수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정부는 대신 한은에서 단기 차입금을 끌어왔다. '국채 없는 추경' 약속을 지키려고 한은 팔을 비튼 셈이다. 

부작용은 국민이 감당했다. 국채 발행은 민간 자금을 정부로 이전해 다시 민간에 보내는 방법이라 시중유동성이 늘지 않는다. 그러나 한은 차입은 새로운 돈을 공급하는 것이므로 물가를 자극한다. 

이번에도 정부는 한은 팔을 비틀어 당장의 고난만 면하려 하고 있다. 물가와 환율 상승이 염려되는 점도 똑같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은 팔을 비트는 게 편할 것이다. 추경안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시켜야 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국가부채를 늘렸다는 비판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그런데 의문이다. 지금이 한은 발권력을 동원해야 할 만큼 엄중한 상황이라면 그런 상황을 만든 김 지사는 어떤 책임을 지나. 김 지사와 그를 공천한 국민의힘은 먼저 국민 앞에 석고대죄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 안재성 경제·산업부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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