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0년 헌정사 관행 무너져"…시정연설 보이콧 野 비판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10-26 09:49:35
"국회 위해서도 바람직한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협치 관련 "야당이란 말 안썼지만 국회 협력 강조"
민주와 날세운 메시지 연발…정국 경색 이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보이콧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30여년 헌정사 관행이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제 비어있는 국회가 분열의 정치를 상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정치라는 것은 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안타까운 것은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우리 헌정사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이런 이들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 싶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그것은 결국 대통령 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를 위해서도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며 "좋은 관행은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오랫동안 이어온 '좋은 관행'을 무너뜨려 국민의 정치 불신을 자초했다고 질타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야당과의 협치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는 질문에 "어제 시정연설에서 야당이란 말은 안 썼지만 국회 협력이 필요하고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 제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입장을 다 냈다"고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으로 비쳤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어제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국민께, 그리고 국내외 시장에 알리고 건전재정 기조로 금융안정을 꾀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방향을 국내외 시장에 알려 국제신인도를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님들께서 전부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 내년부터 취약계층 지원과 국가발전과 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하는 그런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과 날을 세우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놔 당분간 정국 경색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출근길에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민주당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24일엔 민주당이 시정연설 참석 조건으로 '대장동 특검' 수용과 야당 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 "추가 조건을 붙인다는 건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했다"고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 여야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해외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정의당 이은주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사과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사과할 일은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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