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안보수사, 마약사범이 국가보안법 위반의 10배

탐사보도부

seogiza@kpinews.kr | 2022-10-21 11:12:01

전국 16개 시·도 경찰청 안보수사과 수사 현황
전체 송치 사건 중 30.6%가 '마약류 위반'

경찰청 안보수사과는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범죄를 다루는 곳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은 당연히 이 부서에서 수사한다. 그러나 안보수사과의 업무 역량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마약사범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경찰청 안보수사과에서 검찰로 넘긴 마약 관련 범죄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의 10배에 달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전국 16개 시·도 지방경찰청 평균 1건도 채 되지 않았다. 마약류 범죄는 2020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접경지대 마약 유통·운반과 북한이탈주민 마약 사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의 대공 업무 기능이 경찰청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안보수사 역량이 줄어들어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송치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 지난해 16개 시·도 경찰청 안보수사과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55건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UPI뉴스가 굵은 소금으로 연출한 빙두(필로폰) 이미지. [이상훈 선임기자]

21일 UPI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시·도 경찰청 안보수사과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55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송치 사건(506건)의 30.6%를 마약 관련 범죄가 차지했다.

마약류 관련 검찰 송치는 2020년 54건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기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사건은 2020년 14건, 2021년 15건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관계자는 "북한과 연계성을 가진 수사를 할 때 마약 사건의 경우 투약·소지 등 범죄 행위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라며 "국가보안법 수사는 경제사범 수사와 비슷하게 입증이 어려워 기소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정원에 있던 대공 업무 기능이 경찰청으로 이관되는 과도기에서 안보수사 역량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봤다. 경찰은 지난해 1월 1일 기존 보안국을 안보수사국으로 확대 개편해 출범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2024년 1월 1일자로 경찰에 이관된다.

실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에 따르면 경찰의 안보수사 인력은 2018년 478명으로 2017년 576명보다 98명 줄었다. 2020년 451명까지 줄었다. 이후 2021년에는 안보수사 인력이 566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경찰 외사국이 담당하던 대테러·산업보안 등 인력 105명이 추가된 영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정원 대공 업무 기능을 대체하면서 안보수사대 수사가 국제 범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전에는 대북 관련 간첩 행위 수사나 북한이탈주민 관리에 국한돼 있었다면 현재는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안보수사는 정권별로 영향을 받는 편인데, 진보 정권에서 관련 수사를 하는 걸 암묵적으로 환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사 건수가 올라가려면 인프라가 형성되고 역량이 축적돼야 하는데, 수사 역량 네트워크 자체가 와해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약 범죄가 늘어난 점에 대해서는 국내 마약 수요가 늘고 판매책이 많아지면서 북한과 관련한 마약류 위반 적발도 많아졌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탈주민 마약 사범이 증가하면서 관련 범죄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고 봤다.

김도우 교수는 "북한 등 폐쇄적인 국가에서 불법적인 약물 유통이 잘 이뤄지는 편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충분히 예견해볼 수 있다"며 "예전 같으면 유럽·미국 등으로 갔을 마약들이 국내 수요가 늘면서 한국이 새로운 루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는 "북한산 마약 유입 가능성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동남아산 마약이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편"이라며 "북한이탈주민 관련 마약 사범이 늘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건수가 적은 점에 대해 위반 행위 자체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보 정권에서 관련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기소 건이 낮은 건 관련 범죄 자체가 줄어들었을 수 있고, 법원의 기준이 높아진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대부분 시민들이 우리가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적물이 발견되더라도 법원에서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안보수사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정권 영향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