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해수부 공무원, 中어선에 먼저 발견된 듯"…여야 난타전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10-14 14:18:33
李, 北에 발견·사살 전 외부 선박과 접촉한 정황
"文정부, '자진 월북'에 배치돼 묵살" 감사원 판단
野 "파렴치한 정치감사" vs 與 "치밀한 조작사건"
2020년 9월 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게 사살되기 전 외부 선박과 접촉한 정황이 있었으나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를 감지하고도 묵살했다고 감사원이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감사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등 관계기관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북한군에 발견된 이씨의 팔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는 사실을 첩보로 확인했다.
이씨가 입었던 구명조끼에 한자(漢字)가 쓰여 있었다는 사실도 인지했다. '붕대'와 '한자 구명조끼'는 이번 감사로 처음 외부에 알려졌다. 이씨는 실종 당시 붕대를 하지 않았고 구명조끼도 입지 않았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했던 해양경찰은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나 민간어선에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가 사용되지 않았고 국내에서 유통·판매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했다.
감사원은 한자 구명조끼, 붕대 등이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되기 전 외부 선박과 접촉했음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해 "어떤 선박에 옮겨탔던 정황이 있다"고 보도자료에 적시했다.
이씨가 2020년 9월 21일과 22일 사이에 어딘가에서 구명조끼와 붕대를 얻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감사원은 구명조끼 한자 표기를 감안해 이씨가 중국 어선에 먼저 발견돼 착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문제인 정부 관계 당국은 이런 정황들이 '이대준 자진 월북'과 정면 배치됐기 때문에 묵살·은폐했다는 게 감사원 주장이다. 당시 당국은 이씨가 북한군과의 첫 접촉 시 월북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정황 등도 파악했으나 분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감사원은 전날 문재인 정부가 짜맞추기식으로 월북을 단정했고 여러 증거들을 왜곡·은폐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5개 기관 20명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이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대통령실의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시각에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파렴치한 정치 감사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대책위)는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문을 통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감사원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헌법을 유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가 돼 표적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감사원의 헌법 유린과 감사원법 위반에 대해 즉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위법 사항을 추가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고민정 최고위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과 거리가 먼 정치 선동을 위한 감사 결과"라며 "이번 발표는 감사원이 정치 보복의 돌격대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검찰 수사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전임 정부 주요 인사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실체적 진실은 결국 청와대,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경 등 국가기관의 고위층이 주도하여 치밀하게 조작한 사건이었다"고 비난했다.
특히 "'자진 월북'이라는 이미 정해진 각본을 위해 결론에 맞지 않은 사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고, 해경은 월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실험 결과를 왜곡했다"면서 "설마 했는데 역시나인 감사 결과에 참담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진상 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수사로 국민의 뜻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내겠다"고 다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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