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최종 기준금리 3.5%"…연준 4.4% 제시했는데 괜찮을까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10-12 17:17:20

"한미금리 역전폭 확대로 자산시장·실물경제 침체 우려"
"상황 바뀌면 또 말 뒤집을 것…기준금리 3.5% 넘을 수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수 금통위원이 최종 기준금리를 3.50%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이 총재 발언은 앞으로 최대 0.50%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5%를 상회하는 동안은 물가 중심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3.50%로 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를 감안할 때 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 기준금리를 3.00~3.25%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를 4.40%로 제시했다. 점도표란 FOMC에 참석하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점도표는 연말까지 1.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12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연준이 점도표대로 기준금리를 4.25~4.50%까지 인상했는데, 한은 기준금리가 이 총재 발언대로 3.50%에 멈출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이 1.00%포인트에 달한다. 

연준보다 금리인상폭이 작은 이유에 대해 이 총재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8%대인 데 비해 한국은 5%대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은 통화정책이 연준으로부터 독립적일 수는 없지만,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 총재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가파른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부실 확대, 경기침체 등을 야기할 것을 우려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6조5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와 함께 경기침체를 우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의 강관우 대표도 "가파른 금리인상은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현재 금리 상승 속도로는 어느 나라도, 심지어 미국도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각오하고 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가계부채 폭발과 경기침체가 두려워 금리인상을 제한한다고 걱정을 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가 경제를 강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역전이 지속되면 해외자본이 빠져나가고 자산시장이 가라앉는다. 원화가치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을 야기해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킨다. 원자재 수입가격을 끌어올려 수출기업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 9월까지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초로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300억 달러를 넘은 점도 환율과 연관이 깊다. 

안 교수는 "보통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유리하다고 인식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역전으로 자본시장과 실물경제가 모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미 금리 역전폭이 0.50%포인트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굳이 '최종 기준금리 3.5%'라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를 제시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특정 금리수준을 확정적으로 언급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상황이 변하면 결국 이 총재 입으로 꺼낸 말을 뒤집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도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지난 7월 금통위 후 이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만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3개월 만에 재차 빅스텝을 밟았다. 성 교수는 "당시에도 이 총재 발언이 원화 가치를 불필요하게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번에도 이 총재는 자신의 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준이 강경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 한은 역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성 교수 역시 "경기, 물가 등 상황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3.50%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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