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공급이 줄어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를 거라는 '거대한 착각'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10-11 17:17:51
집값 하락 속도가 아찔하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수 억 원씩 떨어졌다는 소식이 연일 나온다. 강남권 아파트도 최고가 대비 10억 원 이상 빠진 곳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집값은 현재 조정 중이며, 곧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 근거는 향후 수 년 간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적으니 신축 아파트 가격이 뛸 테고, 주변 구축 아파트 단지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얘기다.
신축 공급이 감소할 전망이기는 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향후 3년(2023년~2025년) 간 서울 신축 아파트 예정 공급량은 3만3655세대. 최근 3년(2020년~2022년) 공급량(9만2174세대)의 36.5% 수준이다. 2025년 예정 공급량은 1148세대로, 1990년 이후 가장 적다.
그러나 과연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부동산시장을 좌우하는 결정적 팩터일까.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6만264건이다. 향후 3년 간 새로 나올 매물까지 감안할 때 매매시장에서 기존주택 비중이 훨씬 더 크다.
더 중요한 부분은 이들 기존주택 매물조차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671건에 불과해 8월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매매거래 부진은 매수 수요가 증발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77.7로 전주(78.5)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22주 연속 내림세로, 2019년 6월 셋째 주(77.5)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선으로 한다.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음을,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신축 아파트 공급량은 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지,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래 집값 하락기 때는 주택 매수 수요가 줄면서 공급량이 감소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기존주택 판매가 부진한데, 신축 아파트 수요만 많은 경우는 없다"며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는 신축 아파트 매수 수요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분양을 염려한 건설사가 분양을 뒤로 미루면서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신축 아파트 공급량 감소는 집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아니라 집값 하락으로 인한 결과인 셈이다.
김 대표는 "집값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금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가자 늘어난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미친집값'을 만들었다.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에 한은이 따라가면서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한은 기준금리가 2.50%로 오르고, 더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자 시장은 얼어붙었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 침체기에는 하나의 급매물이 지역 집값 전체를 떨어뜨리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 '집값 고점론', 높은 금리 등 집값 하락 재료가 충분할 때 싸게 나온 급매물 하나로 해당 아파트 단지 전체의 가격이 떨어지고, 나아가 주변 아파트 단지로도 하락 파도가 퍼져나가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에는 신고가 거래 한 건이 지역 집값 전체를 끌어올린 것처럼 집값 하락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축 아파트 가격은 결국 주변 집값에 따라 움직인다"며 "기존주택 가격 하락은 신축 아파트 가격에도 하락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실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자 수는 소수지만, 이들이 빚을 견디다 못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수의 케이스가 시장을 움직이는 트리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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