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 흔들린 네이버

UPI뉴스

| 2022-10-09 16:39:57

국내 증권사도 목표주가 줄하향, 투자의견은 매수 고수
매수 일색 국내 증권사 리포트 신뢰 잃어…변화 필요

폭락, 폭망, 속절없는 하락. 네이버 주가를 두고 언론들이 쓰고 있는 표현이다. 실제로 네이버 주가는 지난주(10월 4일~7일) 이런 표현들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이 떨어졌다.

지난주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 주가는 19만3500원에서 16만 원으로 17.3% 하락했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최고가였던 작년 7월 30일의 46만5000원과 비교하면 무려 61.9%가 하락했다.

네이버는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금리 하락기에 성장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으나 올해 들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꾸준히 내림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유독 네이버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는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때문이다.

씨티증권은 지난 4일 네이버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두 단계 낮췄다. 중간에 중립 투자의견을 건너뛴 것이다. 목표주가도 기존 32만8000원에서 17만 원으로 무려 48.2%나 하향 조정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두 단계를 한꺼번에 낮추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이를 두고 네이버 투자자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매도를 염두에 둔 리포트라느니, 무슨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목표 주가를 절반 가까이 내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지난주에만 네이버 주식을 7491억 원 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나 씨티증권의 리포트가 외국인들의 매도를 촉발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여기에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뒤를 캐보자는 것은 아니다.

관심 포인트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다. 네이버 주가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태도를 보면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국내 증권사들도 네이버 목표주가 줄하향 

씨티증권의 리포트가 나간 다음 날인 10월 5일, 국내 증권사들도 네이버 목표주가를 줄지어 하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이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36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25% 낮췄고, 삼성증권은 35만 원에서 28만 원으로 20% 낮췄다. 다올투자증권은 38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무려 31.58%나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한국 투자 증권도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이처럼 목표주가를 대폭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의견은 하나 같이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목표 주가라는 것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표 주가를 20~30%씩 낮추면서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를 고수하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 네이버 사옥 [네이버 제공]

신뢰 잃은 국내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 

오래전부터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행하면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하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조사한 것을 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올해 들어 발행된 기업분석 보고서는 7356개인데, 이 가운데 매도 리포트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전체 보고서중 0.04%에 불과한 것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국내 증권사 33곳 가운데 매도 리포트를 낸 곳은 미래에셋증권 2건과 DB금융투자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1개 증권사는 한 번도 매도 리포트를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리딩투자증권과 밸류파인더, 부국증권, 한양증권 등 4개 증권사는 100% 매수의견 리포트만 발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부분 증권사도 90% 이상이 매수 리포트여서 큰 차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가 매수 리포트로만 채워지는 데 대한 반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 일이지만 한 증권사의 CEO가 취임하면서 리포트의 10%는 반드시 매도의견을 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은 증권사의 영업구조 때문이다. 상장기업은 증권사의 분석 대상이지만 동시에 큰 고객이기도 하다. 증권사는 상장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대행해주고 돈을 번다. 또 최근에는 M&A(인수합병)가 활성화하면서 상장기업과의 관계가 좋으면 큰돈을 벌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기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매도의견을 달았다가 미운털이 박히면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리포트 따로 투자자 해석 따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도 증권사 리포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립의견을 제시하면 사실상 매도로 받아들이고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면 그것도 매도로 해석한다. 증권사 리포트는 분석의 큰 틀만 받아들이고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는 무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사 존립의 가장 큰 바탕은 신뢰다. 그런데 우리 증권사들은 주가 전망과 관계없이 매수 리포트로 일관하면서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 그 결과 저의가 의심되는 외국계 증권들의 매도 리포트에 주가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주식투자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선 지금, 기업분석 리포트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분석 담당 부서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든가 아니면 기업분석 리포트를 유료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증권사 가운데도 기업분석에 뛰어난 증권사가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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