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준석 선택은…유승민과 연대·당권 경쟁 지원 주목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10-07 10:02:04
장성철 "李, 당분간 숨고르며 당원 조직화 더 노력"
李·劉 손잡고 차기 당권 장악하면 '윈윈효과' 기대
김용태 "새 대표 누구냐가 관건…징계 해제도 가능"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벼랑 끝에 몰렸다.
'당원권 1년 정지' 추가 징계로 정치생명이 위태롭게 됐다. 2024년 총선 공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게 치명상이다.
친이(친이준석)계는 7일 윤리위 결정을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리위 징계는 옹졸한 정치보복"이라고 쏘아붙였다. 하 의원은 "이준석 대표는 법원 판결에 대표직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고도 승복했다"며 "그럼 그걸로 끝내야했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의원은 "이준석 개인이 아니라, 보수의 '자유'가 사라진 날"이라고 개탄했다. 허 의원은 "하지만 잠시 흔들릴 뿐 다시 바로서겠다"며 "비상식적인 권위와 공정하지 않은 힘과의 싸움에서 결코 되돌아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 추가 징계에다 법원의 '정진석 비대위' 효력 인정으로 '내분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며 정상적 당 운영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을 짓누르던 가처분 터널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다"며 "심기일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관련 질문에 "제가 당무에 답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준석 사태'에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한일관계, 정부조직법 개편 등에 대해선 적극 설명했다.
당 당원게시판 발언대의 '할말 있어요' 코너엔 '당원권 1년 정지'가 약하다며 이양희 윤리위원장을 성토하는 글이 잇달았다. 이 전 대표 제명 추진을 제안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 전 대표 앞에 놓인 선택지는 대략 서너가지다. 우선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하며 재기를 모색하는 길이다. 이는 두 갈래로 나뉜다. 기존처럼 '전투 모드'를 유지하는 게 하나다. 언론 매체 출연 등을 통한 여론전과 가처분 신청 등의 소송전을 병행하며 당과 계속 각을 세우는 것이다.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온 터라 명분과 파괴력이 떨어지는 게 부담이다.
다른 하나는 '휴전 모드'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성찰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게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당분간 당과 싸우기보다는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며 "당원과 소통하고 조직화를 하는데 더 노력하며 훗날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로선 자신에게 우호적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세력화를 하는게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그간 2030세대 결집에 박차를 가해왔다.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뒤 전국을 돌며 당원과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의 '당원 소통 공간'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가 잔류하면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 여부가 주목된다. 유 전 의원은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힌다. 비윤(비윤석열)계 간판급인 두 사람이 차기 당권 장악을 위해 협력한다면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다. 유 전 의원이 당권 경쟁에서 이 전 대표 지원을 받아 승리하면 '당원권 1년 정지'의 족쇄를 풀어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 전 대표의 2030세력화는 유 전 의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친이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대표와 당 지도부에 합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에서 객관적, 상식적이고 보수 가치를 잘 담으실 수 있는 분들이 지도부에 합류하면 징계를 해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 전 의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가 당원권을 회복하는 때는 2024년 1월9일이다. 석달 뒤 4월 10일에 총선이 치러진다. 당규상 공천을 받으려면 신청일 기준으로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책임당원은 당비를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해야 한다.
당규엔 또 '공천을 선거일 45일 전까지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공천 신청일 기준 이 전 대표가 책임당원 지위를 획득하기는 힘들다. 다만 공천관리위 요청과 최고위 의결을 통해 후보자 신청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이를 적용하면 공천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차기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살아날 수 있는 셈이다.
탈당하는 길도 있다. '이준석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싹틀 수 있다. 하지만 창당은 현역 의원을 포함한 동조 세력이 많아야 하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 프리미엄을 포기하며 모험을 택할 친이계 의원은 현재로선 전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최고위원은 "신당 창당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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