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걱정 없다"지만…점점 커지는 'IMF급 침체' 우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10-06 16:51:04
"고통스럽더라도 환부 째야할 때…금리 올려 물가·환율 잡아야"
외환당국이 치솟는 원·달러 환율 진정을 위해 보유 중인 달러화를 풀면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 9월 외환보유고가 197억 달러 급감했다. 2008년 10월(-274억 달러)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올해 1~9월 감소액은 총 464억 달러에 이른다. 때문에 'IMF 위기'가 또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부는 "외환위기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현재 외환보유고가 세계 8위 수준이고, 외환위기 당시보다 외환보유액 감소폭이 작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가 자꾸 줄어드는 현상 자체가 시장에 불안감을 키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불안을 느낀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더 오르고, 환율 상승이 재차 외환보유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환율이 정점을 찍은 것 같다"면서도 경계의 끈은 늦추지 않았다. 그는 "이미 다수 기업들은 올해 안에 환율이 1500원을 넘는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 중"이라고 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은 물론 1600원 선까지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위험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다. 김 대표는 "현재 집값에 역사상 최악의 거품이 껴 있다"고 강조했다.
집값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금리가 날로 솟구치는 흐름은 집값 하락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듭된 금리 상승은 집값에 위협적"이라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자, 특히 영끌 갭투자자들은 버티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 상반기쯤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것"이라며 "자산시장 붕괴에 연착륙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긴 가계부채도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특징과 가계 재무건전성 현황을 고려할 때 금리상승 충격이 과거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는 상관관계가 깊다. 집값이 떨어질수록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가계가 이자부담을 견디기 힘들어할수록 급매물이 늘어나 집값 하락세를 부추긴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 부실은 실물 경제로도 전이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거품이 꺼지는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기업이 약 66조8000억 원에 달하는 신용손실(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내년 상반기 공황 수준의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대표도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은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연준을 따라가자니 가계 부실과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자니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로 환율이 더 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끌 투자자, 한계기업 등이 염려되더라도 지금은 금리를 올릴 때라고 조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한 만큼 날뛰는 환율과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성 교수는 "한미 금리역전을 장기간 수용하긴 어렵다"며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소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은 밟아야 한다"고 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고통스럽더라도 지금은 환부를 째야할 때"라면서 "순간적인 효과를 내는 진통제에만 의지하다가는 고름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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