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박진 해임건의안' 본회의 단독 처리…尹정부 첫 사례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9-29 19:32:23

贊 168·反 1·기권 1…與 집단 퇴장·정의당 불참
본회의장 고성·야유로 얼룩…"의회폭거" "尹 사과"
與 "정부 발목꺾기 폭거" vs 野 "외교라인 쇄신"
尹 "朴 능력 탁월" 거부권 시사…朴 "소임에 최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 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후 6년 만이고 1987년 개헌 이후로는 네번째다. 

▲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가운데)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 해외순방 논란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며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며칠 앞둔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물론 새해 예산안 심사도 영향을 받아 파행 우려가 제기된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진행된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7일 윤 대통령 해외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당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 발의했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서 "윤 대통령 순방 외교가 성과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외교적 참사로 끝난 데 대해 박 장관은 주무 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집단 퇴장했다. 6석의 정의당은 윤 대통령 사과가 우선이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본회의장은 표결 직전 삽시간에 고성과 야유로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 의원들은 개의 시각인 이날 오후 6시 본회의장에 '의회 폭거'(국민의힘), '외교 참사'(민주당) 등 엇걸린 주장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입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의를 선언하자 여야 의석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커지며 전운이 고조됐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교섭단체 대표연설 본회의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안건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국회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에서 10끼 중의 8끼를 '혼밥'할 때, 기자들이 중국에서 폭행을 당할 때 여러분은 무엇을 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겨냥해 "욕설 사과" "대통령이 욕하는 게 협치냐" 등의 야유를 보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조용하라" "과유불급,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재명 욕설, 이재명 욕설" 등으로 맞대응했다.

송 원내수석이 발언하는 10여 분 내내 여야 공방전이 이어졌다. 송 원내수석 발언 종료 후 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언대에 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약속한 듯 일제히 퇴장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 개의 23분 만인 오후 6시 29분 해임건의안을 상정했고 곧바로 표결이 진행됐다. 본회의장 밖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농성이 진행됐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표결 후 논평에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운영돼야 하는 국회가 '정부 발목꺾기'에만 집착하는 민주당의 폭거로 또다시 무너졌다"고 개탄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교섭단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 야당에 의해 단독 상정, 통과된 장관 해임건의안은 국회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내일 오전 중으로 국회의장 사퇴 권고안을 낼 작정"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 외교참사를 막지 못한 것은 박 장관과 외교라인의 책임"이라며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고 대통령실 외교라인 역시 즉각 쇄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해임건의안의 법적 구속력이 사라지고 '건의권' 형태가 된 1987년 이후 지금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총 4건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만 거부권을 행사해 김재수 전 장관은 자리를 지켰고 나머지 3명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이제 공은 윤 대통령 손으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이 그러나 국회의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해임건의안 가결 후 입장문을 통해 "외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엄중한 국제정세의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 외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국민을 위한 국익 외교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