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대선 2차전' 정국…강대강 대치·민생 실종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9-29 09:54:30
李, 대여 공세 주문…野, 한동훈 고소로 사정 맞불
국민 외면 무책임 네거티브 정치…尹·李 부채질
여야 '밀리면 죽는다' 인식…휴전 없는 전면전 정국
"경쟁자를 타도대상으로 삼는 지도자, 심판 받아"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전 출근길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가했다.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진 해임건의안'에 대한 입장이다. 그러면서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슷한 시간 민주당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실망스러운 국정운영을 보여주고 있다"며 "국민 삶을 해하는 방향으로 퇴행한다"고 날을 세웠다. "대외적으로 국격이 심각히 훼손되고 경제, 민생에서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의 잘못됨을 바로잡아 달라"며 강도 높은 대정부 공세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 해외순방과 '비속어 논란'은 기폭제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밤 윤 대통령 귀국 직후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며 "의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후 첫 출근한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각각 '박진 해임건의안' 당론 발의와 MBC 항의방문·관계자 고발로 나타났다. 이번주 내내 여야의 '강대강' 대치에 따른 전면전이 이어졌다.
정국이 '비속어 논란'의 블랙홀에 빠진 형국이다. 여야의 초당적 경제위기 대응과 민생 챙기기는 실종됐다. 입으로 국민을 외치지만 실제론 역행하는 셈이다. 무책임한 '네거티브 정치'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확대재생산하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 반년도 안 돼 '대선 2차전'이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취임 후 제대로 된 첫 해외순방을 다녀온 대통령으로선 야당이 '외교참사'라며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행태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가 전쟁에 돌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여야 서로 '물러나면 죽는다'고 여긴다"며 "당분간 휴전 확률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대여 강공으로 일관하는데는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는 빨라지고 있다. 이 대표 낙마를 위한 사정 드라이브가 본격화한다는 민주당 의구심이 만만치 않다.
수원지검이 전날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측근으로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킨텍스 사장을 구속한 것은 불길한 조짐이다. 이 사장은 대북경협사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쌍방울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기업이다.
앞서 법무부는 두 사건 수사 책임자인 김형록 수원지검 2차장 검사를 감사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하고 김영일 수원지금 평택지청장을 2차장 직무대리로 발령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김 지청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측근이자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한 장관이) 인사를 통해 수사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수원지검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재수사에도 나섰다. 1차 타깃은 민주당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다. 수원지검은 전·현직 성남FC 관계자들에게서 "정 실장이 모든 결정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이 대표 최측근이다.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는 "이화영·정진상 사건보다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된 경기도청 전 총무과 별정직 5급 직원 배모 씨 문제가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배 씨는 이 대표의 변호사 시절부터 같이 일하며 집사 역할을 해왔다는데 80억 원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리 직원에 이어 공무원을 했는데 어떻게 그런 거액을 모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배 씨와 이 대표의 관련성이 드러나면 '빼박캔트(can't)'로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장관을 이 대표 수사 사령탑으로 본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과 관련해 한 장관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건 사정에 대한 맞불로 읽힌다. 한 정치 전문가는 "민주당에선 이 대표 부재 시 차기 총선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이는 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여권으로선 강대강 대치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내부 결속을 다지며 '집안싸움'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 해외순방 전 최대 골칫거리였던 '이준석 사태'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졌다.
그러나 협치가 물건너가면서 국정은 멍들고 있다. 위기가 쌓이고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은 "정치는 대화, 타협, 조정이 핵심"이라며 "경쟁자를 타도, 증오의 대상으로 삼으면 감정 대립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그런 지도자와 정당은 선거 때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모두 지는 게임"이라고 경고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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