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시절 유모·바텐더로 생계 '워킹맘'···'최연소 장관' 지낸 극우
파시즘 지지자들의 MSI 계승한 FdI 창당해 '여자 무솔리니' 꼬리표
EU-NATO에 '충성' 약속에도…'친유럽 양의 탈' 쓰고 발톱 드러낼까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함에 따라 극우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45)의 총리 등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FdI) 대표가 지난 9월 18일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FdI 누리집 동영상 캡처]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는 출구조사 결과 우파 연합이 41∼45%(FdI 22∼26%, 동맹 8.5∼12.5%, 전진이탈리아 6∼8%)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우파 연합의 세 정당은 지난 7월 27일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멜로니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1922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집권 이후 100년만에 집권한 첫 극우 성향 지도자가 된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 "여자 무솔리니" 등으로 불리는 멜로니를 앞세운 극우 정권의 출현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국제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 극우 성향의 멜로니의 집권에 긴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와 함께 우파 연합을 이끄는 살비니 상원의원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적인 친푸틴, 친러시아 인사이기 때문이다.
멜로니의 집권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권력을 잡을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들을 통해 서유럽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멜로니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는 우리를 선택했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이탈리아인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며 분열보다는 통합의 요소를 고양하는 것이 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의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면서 "상황이 어렵다. 책임감의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FdI) 대표 [FdI 누리집] 멜로니는 1977년 로마 노동자 계급 지역이자 전통적으로 좌파의 온상인 가르바텔라(Garbatella)에서 태어나 자랐다.
멜로니는 회계사였던 아버지가 가정을 버려 여러 일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한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멜로니 본인도 10대 시절에 미혼모로 클럽 바텐더나 유모로 생계를 유지한 워킹맘이었다.
멜로니는 15살 때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ovimento Sociale Italiano, MSI)의 청년 조직에 문을 두드려 정계에 입문했다. MSI는 1946년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단체다.
MSI는 1995년에 해체됐지만 멜로니가 2012년 MSI를 이어받은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 FdI)을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멜로니에게 '여자 무솔리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멜로니는 자신의 자서전 〈나는 조르자(Io sono Giorgia)〉에서 밝힌 대로, MSI 운동에서 "제2의 가족"을 찾았다. 그는 책에서 MSI의 정치적 전투가 "총체적인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멜로니는 1990년대 당시 좌파 성향의 정치 문화가 지배하는 대학에서 MSI가 유일하고 강력하게 활동하는 우익 정당이었던 시기에 MSI 청년 전위의 일원으로서 학생 조직을 결집하고 조정하는 데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MSI 회원이자 멜로니의 멘토 중 한 명인 마르코 마르실리오(Marco Marsilio) 전 상원의원은 "멜로니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성격을 단련시킨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싸우는 법을 배워야 했다"면서 "그녀는 결단력이 돋보였다"고 '알 자지라'에 말했다.
멜로니는 MSI의 파시스트 뿌리를 뒤로 하고 보수 우익 민족주의 정당으로 브랜드를 변경한 국민 동맹(AN)의 청년 운동 대표가 되어 2006년 29세에 하원 의원이 됐다.
이어 언론 재벌 베를루스코니가 창설해 이탈리아를 휩쓴 중도우파 포풀리즘 정당인 포르자 이탈리아(Forza Italia)와 손잡고 연정에 합류해 2008년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이 되며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31세) 장관이 됐다.
이어 2012년까지 이탈리아는 유로존의 부채 위기로 촉발된 극심한 경기 침체의 한 가운데에 있었고, 멜로니는 자신의 가장 큰 정치적 도박인 FdI를 창당해 2014년에 대표가 되었다.
사회학자이자 로마 3대학 정치 커뮤니케이션 교수인 에도아르도 노벨리에 따르면 멜로니의 비전은 "신, 가족, 조국"이라는 세 가지 모토를 따른다.
멜로니는 지난 8월 초에 공개된 비디오에서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고 단언했지만, MSI가 사용한 삼색 불꽃 로고를 Fdl 로고에서도 계속 사용하는 등 파시즘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FdI) 대표가 선거 유세에서 이탈리아 국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FdI 누리집] 하지만 멜로니는 자신이 민주주의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거듭 반박했다. 그는 "FdI는 파시즘을 수십 년 동안 역사로 넘겨주었다"면서 "민주주의 탄압과 치욕적인 반유대주의 법률을 분명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EU를 탈퇴하는 미친 짓을 하지 않겠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 남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
실제로 선거 운동이 끝나고 승리의 가능성이 더욱 구체화됨에 따라 멜로니는 자신과 우파 연합이 유럽의 안정에 위험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브뤼셀(EU)을 안심시키기 위해 균형 잡힌 행동을 취해야 했다.
이탈리아가 EU가 2026년까지 제공하는 2천억 유로(약 270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정상적으로 받으려면 EU에 협조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EU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충성을 반복적으로 약속했으며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동안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럼에도 일부 비평가들은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라며 멀지 않아 발톱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친유럽적인 양의 탈을 쓴 멜로니가 일단 집권하면 민족주의의 송곳니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