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고전에 목소리 키우는 유승민…비주류 중심축 되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9-26 15:02:24

劉, 비속어 논란 尹 '벌거벗은 임금님' 빗대 직격
尹 지지율 낮고 친윤계 불신 받아 비윤계엔 기회
여론 호응 받아 존재감 커지면 비윤 결속 가능성
당 안팎선 "劉, 尹 열혈총질"…징계 탄원서 제출도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비주류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와 맞서며 수위 높은 쓴소리를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실책, 악재로 고전할 때 주로 목소리를 높인다.  

▲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7월 9일 대구 수성구 아트센터달에서 열린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주류 세력에겐 야당 공세보다 유 전 의원의 한방이 더 아프다. 정국 주도권이 걸린 여야 전면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민심 악화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친윤계 입장에선 '유승민표 내부총질'인 셈이다. 그런 만큼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서 '비속어 논란'이 불거지자 야당 못지 않게 날을 세웠다.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이 XX들 X팔려서 어떡하나' (라고 했다)"라며 "윤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말 ×팔린 건 국민들"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25일에는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이다. 신뢰를 잃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 안팎에선 불만과 원성이 쌓이는 분위기다. 잠재적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 전 의원 속내와 의도에 대한 관측도 분분하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26일 KBS 라디오에서 유 전 의원 발언에 대해 "그 녹음을 그렇게 자막으로 했었을 때 아마 그걸 보고들 판단하셨을 것"이라며 "소리 전문가들의 검증 의견이 나오기 전에 한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성 의원은 "그러나 그 후 진행된 걸 보면 어떤 검증 절차도 없었다는 것이 나왔고 어떻게 해서 MBC가 유출했는지, 야당은 왜 국민들한테 '외교 참사'라고 떠들어댔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히고 나면 의견을 냈지만, 또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전 의원이 검증 이전에 '논란 경위'도 모른 채 비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쉬고 있던 유 전 의원이 등장해 윤 대통령 열혈 총질 중"이라며 "이 SNS 읽은 분들 '살기가 느껴진다'는 분도 있을 정도"라고 저격했다. 또 "이준석이 조용한 이유? 내부총질러 바톤터치란다"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팬클럽 회장 출신인 강신업 변호사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당 윤리위에 유 전 의원 징계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막말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기정사실화해 윤 대통령을 음해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윤 대통령이 이날 출근길에 사과 없이 강경 대응을 예고한데 대해 "적절치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했다"며 진상규명을 강조해 논란의 책임을 언론에 떠넘겼다.     

정병국 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잘못, 실수가 있을 때 바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잘못 전달된 부분들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빨리 해결되지 다른 편법으로 사건을 접근하게 되면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든'이든 '날리든'이든 상관없이 비속어 발언에 대해 쿨하게 사과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케이 배종찬 연구소장은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정확하게 해명하고 유감 또는 사과를 표명하며 국민 공감대를 얻었어야 했다"며 "그러나 진상규명 주장 등으로 논란이 커져 지지율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등 부담이 가중되게 됐다"고 내다봤다.   

유 전 의원이 당내 반발에도 '윤석열 저격수' 노릇을 불사하는데는 복합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주류 세력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 유 전 의원의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유 전 의원 눈에는 윤 대통령이 '준비 안된 아마추어', '무식한 지도자'로 비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강경 대응은 핵심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상식을 잃어버렸고 남탓하는 대통령이 돼버린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친윤계가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면 비윤계 입지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친윤계, 특히 '윤핵관'은 2선 후퇴론이 수그러들지 않을 만큼 국민 불신이 높다.

주류가 윤 대통령 엄호에만 골몰한다면 '집토끼'만 남을 공산이 크다. 비윤계가 민심을 읽고 차별적 노선을 걷는다면 견제세력으로서 당내 주도권을 다질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관건은 비주류를 결속하는 중심축의 존재다. 유 전 의원이 적임자가 될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가 적잖다.

현재로선 유 전 의원이 정치를 계속할 지, 차기 당권에 도전할 지 등이 불분명한 상태다. 유 전 의원이 친윤계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키우면 선택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유 전 의원이 소신 행보를 이어가고 여론이 호응하면 정치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비윤계 중심축이 되면 당권도, 대권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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