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 동원에 채찍과 당근…"처벌강화" vs "채무상환 유예"
안혜완
ahw@kpinews.kr | 2022-09-25 14:24:50
'채무상환 유예·1년 군복무 외국인에 시민권 부여'…당근도
BBC, '동원령 반대 전국 시위…수백 명 당국에 체포' 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30만 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병력 소집을 위해 입영 유인책과 처벌 규정을 함께 꺼내들었다. 동원 반대 시위로 여론이 나빠지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항복 또는 탈영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는 자국 국민을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AFP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법안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직후부터 시행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많은 병력이 한꺼번에 군에 합류하는 상황을 고려해 사전에 기강을 잡을 수 있도록 군법을 엄격하게 만들어 놓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동시에 예비군 징집을 꺼리는 러시아 국민을 붙잡으려는 당근책도 제시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군 동원령 대상이 되는 예비군에 대해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도록 시중은행과 대출기관에 권고했다. 동원 대상자에 대해서는 연체된 채무를 징수하지 않고 압류된 모기지 주택에서 퇴거당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병력을 늘리기 위해 러시아에서 1년간 군 복무를 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명령에도 서명했다.
러시아의 '강온 양면책'은 동원령을 차질 없이 시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우크라이나와의 전시 상황이 녹록치 않고 국내 반전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동원령이 내려진 후 동원 반대 시위가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며 수백 명의 사람들이 구금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외신매체 BBC는 러시아의 새로운 예비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수백 명이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고 전했다.
BBC 등 외신은 "인권단체 OVD-인포는 지난 토요일, 러시아 32개 도시에서 724명이 구금되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21일에는 38개 지역에서 13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을 군대에 징집하려는 움직임은 도시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허가받지 않은 집회는 러시아 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AFP통신은 한 시위자가 모스크바에서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는 대포밥(cannon fodder)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남자는 기자들에게 "나는 푸틴을 위해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동원령을 피해 해외로 나가려는 러시아인들이 국경으로 몰리면서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는 등 '러시아 엑소더스(대탈출)'도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크렘린궁은 전투 연령의 남성들이 도망쳤다는 보도는 과장됐다고 반박했으나 조지아와의 국경에는 전쟁을 피하려는 남자들을 포함해 수 마일에 걸친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핀란드와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인접국들은 동원령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이들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외교 문제까지 빚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제77차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동원령에 대해 "전범으로 외국에서 죽는 것보다 군대 소집을 거부하는 것이 낫다"며 러시아인에게 군대 소집 거부를 호소했다.
KPI뉴스 / 안혜완 기자 ah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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