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부동산 개혁가 김헌동 사장의 고독한 전쟁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2-09-14 11:19:02

서민 주거안정 위해 기득권과 싸우던 시민운동가
SH공사 사장 변신해 원가공개, 반값아파트 추진
무주택서민, 청년, 기득권밖 국민은 환영할 일인데
건설업계, 국토부, LH는 미적대거나 반대 혹은 저항

"집값이 떨어지면 국민 80~90%에게 좋은 소식 아닌가요. 언론이 안쓰는 이유가 뭐죠?"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따지듯 물었다.

"많이들 쓰고 있지 않나요?", "집값 오를 때와는 비교가 안돼요." 김 사장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지친 듯했다. 김 사장은 지금 부동산 기득권과 전쟁 중이다. 선전포고가 꽤 길었던, 오랜 전쟁이다. 취임 전까지 김 사장은 시민운동가로, 지난 20여 년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살았다. 부동산 기득권과의 대결이었다.

그랬던 이가 작년 11월 SH공사 사장으로 변신해 칼자루를 쥐고 '미친집값'과의 싸움을 시작한 건데, 현실이 만만찮다. 세상은 결코 그의 전쟁에 우호적이지 않다. "아파트 짓는데 얼마가 들었는지, 원가를 공개하면 집값은 잡힌다"는 게 그의 지론인데, 기득권 저항이 거세다.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반대 기류다. LH공사는 대놓고 "우린 원가공개하지 않겠다"고 어깃장놓는 터다. LH공사는 무주택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인데, 지난 5년간 땅장사로 18조 원을 벌어들였다. "회사는 땅장사, 임직원은 땅투기"라는 비아냥이 회자하는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도 김 사장은 꿋꿋하게 원가공개를 밀어붙였다. 취임 후 지난 7월까지 고덕강일, 강남 세곡, 송파, 서초 내곡, 마곡지구까지 SH공사가 분양한 아파트 건설원가를 공개했다. 25평 아파트 건축비가 2억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연장선에서 김 사장은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도 추진하고 있다. 3억~5억짜리 아파트를 올해안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 지난 6월 UPI뉴스와 서울 수서 공사 집무실에서 인터뷰하는 김헌동 SH공사 사장. [이상훈 선임기자]

그러나 반값아파트도 만만찮다. 방해물이 적잖다. 당장 주택법이 걸림돌이다. 현행 주택법은 LH공사만 토지임대부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SH공사는 반값아파트를 분양은 할 수 있지만 환매(되사주기)는 해줄 수 없는 거다.

SH공사 등 지방공기업도 토지임대부 주택 매입이 가능하지 않는한 반값아파트는 온전한 주택정책이 되기 어렵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말 주택법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여태 감감소식이다. 

"지금은 분양은 해도 환매를 못해준다. 법이 바뀌어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바꾸겠다고만 하지, 시간만 끌어요. 대체 이런 사정을 알기는 하나요."

김 사장이 왜 느닷없이 전화 걸어 "정확한 정보전달이 안되고 있다"며 "언론은 왜…"라고 따지듯 물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기실 부동산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안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을 두고선 엉터리 진단이 아직도 회자하는 터다. 그것도 전문가라는 이들의 입을 통해서 확인된 진실인 양 무한반복 중이다.

"세금 때리기와 규제 일변도 대책이 집값 폭등을 불렀다"거나 "수요 억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냐"는 진단이 대표적이다. 단언컨대 엉터리 진단이다.

진실은 그 반대다. 문재인 정부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세금 때리기도, 규제 일변도 대책도 없었다. 문재인 정권은 수요억제 정책을 편 적이 없다. "사는 집 말고 파시라"고, 입으로만 수요를 억제했을 뿐 실제로는 투기를 부추겼다. 수요를 억제한 게 아니라 반대로 투기를 조장한 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진실이다.

부동산 정책은 문 정부 초반부터 거꾸로 갔다. 임대사업자(다주택자)에게 온갖 혜택을 몰아주는 역주행으로 시작했다. 사는 집 말고 팔라는 공언과 정반대로 집을 사면 살수록 대박이 되는 정책을 편 것이다. 집부자들에게 재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에 걸친 엄청난 세제 특혜를 제공하는데 누가 집을 팔겠나. 팔기는커녕 늘리기 바빴다.

세제 혜택만인가. 실수요자 대출은 조이면서도 임대사업자(다주택자)에게는 확 늘려줬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다. 세금 깎아줘, 대출 늘려줘, 한마디로 주택투기에 꽃길을 깔아준 것이다. 그 결과 다주택자가 급증했고, 집값은 미친 듯 치솟았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는 세금 때리기와 규제 정책이 아니라 투기 조장 정책이 낳은 필연적 실패였던 거다.

김 사장은 문재인 정권 내내 실패가 예정된 그 엉터리 정책, 엉터리 진단과 싸웠다. 그러다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에서 칼자루를 쥐었다. 그의 철학대로 '찐'친서민 정책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상은 아름답고 현실은 추악하다고 했던가. 기득권에 빨대꽂은 세력은 저항하고, 어깃장놓고, 훼방놓는다.

"원가를 공개하면 싸진다." 지난 6월 인터뷰때 김 사장은 단호했다. 자신감 넘쳤다. 김 사장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생망'의 절망에 빠진 서민과 청년, '부동산 기득권' 울타리 바깥의 시민들을 위해!

▲ 류순열 편집국장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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