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새 총리에 트러스…낙선과 '불륜' 딛고 세번째 여성총리

김당

dangk@kpinews.kr | 2022-09-06 09:45:19

40대 '철의 여인'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보수당 새 대표로 선출
"비결은 보수당 아이콘 대처 전 총리 채널링과 상사에 대한 충성"
보수당 신임대표로 총리직 자동 승계…취임 일성은 '감세'와 '감사'

영국 보수당의 아이콘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추앙하는 리즈 트러스(Liz Truss, 47) 외무부 장관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새 주인으로 결정됐다.

▲ 리즈 트러스(Liz Truss) 외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보수당 지도부 경선에서 승리한 후 웨스트민스터의 보수당 본부 건물에 도착하고 있다. 트러스는 6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알현한 뒤에 영국 새 총리로 취임한다. [AP 뉴시스] 

영국 보수당은 5일(현지시간) 트러스 장관이 8만1326표(57.4%)를 얻어 6만399표(42.6%)를 얻은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을 꺾고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보수당은 지난 7월 7일 스캔들에 휩싸인 보리스 존슨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하원 경선과 전체 당원 투표를 통해 차기 당 대표 및 총리를 뽑았다. 8월 초부터 9월 2일까지 우편 또는 온라인으로 치러진 투표에는 자격을 가진 보수당원 17만2437명 중 82.6%가 참여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다수당이 대표를 교체하면 총리도 바뀐다. 이에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보수당 대표로서 총리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 트러스 내정자는 6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총리로 임명받고 정식 취임한다.

트러스 내정자는 마거릿 대처, 테레사 메이에 이어 세번째 여성 총리이며, 2010년 취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첫 40대 총리이다. 50~60대에 취임한 대처, 메이와 달리 40대 여성 총리의 탄생은 영국 역사상 처음이다.

7세의 초등학생일 때 학교 모의총선에서 대처 총리 역할을 맡아 대처를 추앙했던 그가 40년 뒤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며 주요 7개국(G7)의 일원인 영국을 이끌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한 러시아 제재 주도…중국에도 강경한 입장

지난 1일 영국 BBC는 "트러스 대표는 여러모로 전통적인 보수당원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영국 텔레그래프의 트러스 보수당 대표 선거 캠페인 [트위터 캡처]

트러스는 1975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지만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에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을 "(영국의 4개 국가) 연합의 자식(child of the Union)"이라고 표현하며 스코틀랜드 독립에 격렬하게 반대한다.

그는 수학과 교수였던 자신의 아버지와 간호사였던 어머니를 "좌파 활동가"라고 묘사한 바 있다. 모친은 영국 버크셔 공군기지에 미국이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한 대처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그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

트러스는 공립학교를 거쳐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재학 시절 자유민주당에 입당해 학생 정치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던 1996년에 보수당으로 전향했다.

그는 대학 졸업 뒤 국제 석유기업 셸 등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2000년 동료 회계사인 휴 올리어리와 결혼해 두 자녀를 뒀다.

정치 입문은 순탄치 않았다. 2001년과 2005년 총선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연거푸 낙선했다. 세번째 하원 도전에서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10년 당시 캐머런 총리는 트러스를 여성과 소수자를 우대하는 'A-list'를 통해 2010년 총선에 특별공천했다. 하지만 트러스가 보수당 하원의원과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수당 선거구 협회는 지지를 거뒀다. 그런데도 경쟁 후보를 1만3000표 이상 따돌리고 승리했다.

하원에 입성한 뒤로는 승승장구했다. 초선 때부터 대처 노선을 추종하는 의원 모임 '자유기업 그룹'을 이끌던 그는 2012년 교육부 장관으로 내각에 들어가, 2014년 환경부 장관을 맡았다. 메이 총리 시절엔 법무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으로 일했다.

이어 2019년 존슨 총리 내각 출범 때 국제통상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지난해 9월 내각의 선임각료인 외무부 장관에 기용됐다.

▲ 트러스는 5일(현지시간) 당대표 당선 뒤 트위터에 "저는 우리 모두가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영국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썼다. [트러스 트위터 캡처]

특히 외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미국과 손잡고 제재를 주도했으며 중국에도 강경한 입장이다. 트러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존슨의 강력한 지원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총리로 공식 취임 후 첫 통화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하고,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브렉시트 관련 지지를 끌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 비결은 '철의 여인' 채널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

트러스 내정자는 경선과 전당원 투표에서 감세 등 보수당의 가치를 강조하고 존슨 총리에게 충성을 지킨 점이 당원들의 마음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인지 트러스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세금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계의 에너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에너지 공급원 확보 등 에너지 위기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존슨 총리를 '친구'라고 부르며 브렉시트 완수에 감사를 전했고, 존슨 총리는 트위터에 보수당이 트러스 내정자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며 화답했다.

▲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는 자신과 마가렛 대처 사이의 '비교를 조장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언론이 계속해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트위터 캡처]

'프랑스24' 방송은 '존슨의 충성파인 트러스가 영국 정치의 최고 자리를 차지한 방법'이란 분석 기사에서 성공 비결로 '철의 여인'(대처 전 총리) 채널링(주파수 동조)과 상사(존슨 총리)에 대한 충성을 꼽았다.

프랑스24는 "트러스는 40년 동안 자신의 의상 선택과 사진 촬영에 '철의 여인'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녀는 이를 부인했다"며 관련 트위터 사진을 실었다.

런던의 한 독립 싱크탱크(Institute for Government)의 선임 연구원인 캐서린 해던 박사는 "트러스는 분명히 보수당 역사상 여전히 존경받는 한 인물에게 어필하려고 했다"고 프랑스24에 말했다.

이 방송은 또한 지난 8월 중순 존슨 총리가 집권을 유지하거나 두 명의 도전자 중 한 명을 선출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당원의 63%가 트러스보다 존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트러스에게 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대처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러스는 파격적인 '파티 게이트' 스캔들이 한창이던 와중에도 끝까지 상사의 편에 섰다"면서 경쟁자인 수낵 전 장관은 가장 먼저 사표를 던지며 '존슨호' 붕괴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배신자 틀에 갇힌 반면에, 그녀는 충성도로 배당금을 지불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러스는 세금을 인상해 보수당을 짜증나게 하며 첫 인도계 총리에 도전한 수낵 전 장관과 차별화하기 위해 당대표 선출 일성으로 감세를 약속했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험난한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대담한 행동을 취하겠다"며 경제를 발전시키고 영국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 영국 '데일리 미러'지의 9월 6일자 표지. 'Same Old Tories'라는 제목으로 캐머런, 메이, 존슨, 트러스 4인의 보수당 총리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표지에 싣고 "우리는 또 하나의 낡은 토리당 총리를 갖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트위터 캡처]

하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대처를 롤모델로 삼은 트러스 앞에 놓인 현실도 극심한 고물가와 대규모 파업이 잇따랐던 '불만의 겨울'로 표출된 대처 시대와 비슷하다.

데일리 미러지는 6일자에 'Same Old Tories(똑같은 낡은 토리당)'라는 제목으로 캐머런, 메이, 존슨, 트러스 4인의 보수당 총리 사진을 합성한 사진을 표지에 싣고, "지난 12년 동안 보수당 총리들은 경제를 약화시키고, 공공 서비스를 망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면서 "이에 우리는 또 다른 보수당 총리를 갖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비평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워진 가계 경제와 37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파운드화 가치, 그리고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로 표출된 총체적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다. 당장 올겨울에 집을 따뜻하게 데울 여유가 없는 수백만 명의 생활비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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