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폭탄 맞은 與, 초유의 혼돈…주호영 "이의신청"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8-26 15:16:17
"항고절차 밟을 것…향후 대처 27일 의총서 정리"
3시간만에 이의신청…"정당 의사결정 과도한 침해"
지도부 공백 불가피…"비대위 체제는 유효" 해석도
하태경 "법원이 폭주에 제동…당지도부 책임져야"
집권여당이 초유의 혼돈 상황을 맞았다.
법원이 2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 정지를 결정해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이날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 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비대위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 당헌에 규정된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주호영 비대위 출범 자체가 무효화되는 것인가. 권성동 원내대표가 겸했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재가동되는 것인가. 여당 지도부 직무가 법원 결정으로 정지된 적은 처음이라 당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다.
그런 만큼 국민의힘은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비상상황을 주장하며 비대위 전환을 강행한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날 오후 이 전 대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원 결정이 나온지 3시간여 만에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해 사실상 불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국민의힘 측 소송대리인 황정근 변호사는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위법이라는 취지"라고 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는 또 YTN 인터뷰에서 "당의 앞날이 매우 걱정된다"며 "우리 당헌당규에 따라 구성원 뜻을 모아 비상상황이라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장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황당하냐. 이런 판결이 어디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정당자치 훼손한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오늘 이의신청을 했고 항고절차를 밟을 것이며 향후 대처는 27일 의총에서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서울남부지법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법원이 '비상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대해 "국민의힘은 지난 8월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되고 최고위원의 과반수가 궐위된 당시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유권해석했다"면서 "나흘 뒤 전국위원회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모든 절차가 당헌과 당규에 따라 진행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가처분 이의신청과 관련해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정당과 같이 자율적인 내부 법규범을 갖고 있는 특수한 부분사회에서의 분쟁은 자주적, 자율적 해결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처분은 비대위원장 직무집행만 정지한 것"이라며 "그것이 무효가 되는, 즉 본안 (판결)에 의해 '비상상황에 대한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비대위 발족 및 비대위원들의 임명 등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준석 전 대표가 맞다"라며 "지금 비대위 발족 자체는 유효한 상태이고 가처분은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만 정지한 것이므로 비대위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에 대해서는 "(직무집행 정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비대위원장 호칭은) 똑같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다시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현 단계에서 해석하면 (그렇게 볼 수 있다)"고 했으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선 당 지도부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와 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 전 대표를 옹호했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고 했다. 하 의원은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무 관련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여당 내분 사태에 대해 사실상 이 전 대표 손을 들어준 셈이어서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은 물론 윤 대통령도 수위 높게 직격한 터라 향후 여론전에서 기세를 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당 내분이 장기화하는 건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윤 대통령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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