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대한 실존적 성찰…'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2-08-26 13:22:21

조용호 작가 신간…1980년대 야학연합회 사건 배경
"그리움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길"

조용호 작가의 새 장편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민음사)이 나왔다.

'떠다니네'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이자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이후 12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조 작가 필생의 과제였다. 오랫동안 맘속에 품고 있었고, 마침내 세상에 꺼내놓은 절절한 서사다. 

소설은 사랑했던 사람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어진 뒤 평생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리움을 빼놓고는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 '나', 그런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며 찾아 나선 '하원', 그리고 하원을 똑 닮은 한 여성이 있다.

함께 야학 교사를 했고 연인이었던 '나'와 '하원'이 수배 중에 보낸 열흘 간의 시간은 '순금 같은 기억의 성소'에 머물러 있다. 이곳이 '조개 무덤'이 되기까지, 40년이 지나도록 '하원'은 '실종' 상태다. 죽지 않았으나 존재하지도 않으며, 박제된 기억으로 '나'와 하나가 됐다. 

이야기는 1980년대 야학연합회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때문에 야학연합회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읽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역사에 대한 연장된 시선을 제공하는 소설로 읽힐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이후 삶도 죽음도 의문에 부쳐진 한 사람에 집중해 읽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흥미로운 추적기가 될 것이며, 사라진 사람을 성실하게 그리워하는 이가 그 그리움에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로 읽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그리움에 대한 실존적 성찰일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시대의 야만을 배경으로 죽음이라는 인간 보편의 숙명, 그 어두운 너머를 보면서 간절한 그리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지난 시대의 아픔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 나갔지만, 단순히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고발로 읽히기를 바라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모든 죽음은 의문사이고, 그리움은 살아있는 존재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리움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또 그는 말한다. "이 이야기는 과거 한시절 에피소드가 아니라 언제든지 맞닥뜨릴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모든 것을 말하는 '파레시아'의 힘이야말로,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고.


작품 제목의 일부이기도 한 '사자의 푸른 눈'은 소설 속에서 이스파한의 3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등장한다. 남쪽 사자상 앞에서 강 건너 북쪽 사자의 두 눈을 보면 청록색 빛이 레이저광선처럼 뻗어 나오는데, 신기한 것은 그 사자상 주변에 반사될 만한 아무런 조명도 없고 자체 발광할 조건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푸른 눈으로 사자상은 무엇을 보려는 걸까. 우리가 바로 그 북쪽 사자상이라면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볼까. 

"선배의 경험담인가요?" 자신의 단편 '꽃밭에서'를 보고 난 후배의 질문에 조 작가는 특유의 은근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도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답은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찾았다.

"오래 품어온 사람과 사랑과 회한을, 왜 어디서 무엇 때문에 우리는 살고 죽는지 풀 길 없는 영원한 의문을, 여기 꺼내 놓는다."

소설 속 '나'는 조 작가와 닮은 점이 많다. 그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야학 교사를 했으며, 남영동에서 조사받은 경험이 있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경험자이자 목격자다. 사라지지 않고 그저 가라앉아 있던 기억이 수십 년이 지나 소설 안에서 부유한다. 여기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보고서까지 삽입돼 소설은 사실적이면서도 입체적이다.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을 먼저 본 이들의 짧은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이는 "눈물을 떨구며 단숨에" 읽었다고 한다. 나는 오히려 한장 한장 넘기기가 어려웠다. 작가가 붓 대신 문자로 그려놓은 풍경에 잠시 머무르고, 가끔은 하원이 되어 '나'를 원망하는 마음을 품기도 했다.

마지막엔 그렁그렁해진 눈가를 말리며 생각했다. '나'의 무모한 발걸음처럼, 그리워하는 존재를 향해 주저하지 말고 나아가자고. '살아 있을 때, 아직 볼 수 있을 때, 부지런히 사랑할 일'이라고. 

그런데 '나'는 '하원'을 찾았느냐고? 답은 독자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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