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의 당" vs "개딸 정당"…민주, '권리당원 전원투표' 시끌

조채원

ccw@kpinews.kr | 2022-08-23 15:40:14

'과대 대표성' 지적 나와…24일 중앙위 의결
이재명 사실상 찬성…"당원 지위·역할 강화"
박용진 "당심·민심 괴리 커져"…조응천도 반대
비명계 목소리 모이면 당내 논란 격화할 듯

더불어민주당 당헌에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8·28 전당대회 막판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당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원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게 조항 신설 취지다. 하지만 '과대 대표성' 위험이 크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일부 강성 당원 주장만 득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이재명(왼쪽), 박용진 의원이 지난 21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나란히 앉아 손뼉을 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지난 19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국의 당원을 대표하는 당의 최고 대의기관은 전국대의원회의'라고 명시돼 있는 당헌 제3장(대의기관)에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우선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전원투표 실시 대상은 당의 합당과 해산, 특별당헌·당규 개정·폐지다. 권리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안건이 발의되고, 중앙위원회 재적인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부의안 안건에 대해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가능하다. 오는 24일 중앙위원회에서 해당 조항 신설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불렀던 '당헌 80조 개정'에 이어 이번 조항 신설을 놓고서도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계의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 엿보인다.

비명계는 "일부 목소리가 과대대표 돼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23일 C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민주당이 아닌 '개딸 정당'이 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전원 투표 조항 신설과 한쪽이 독식한 지도부가 결합되면 강성 목소리와 편협한 주장 때문에 당이 민심과 점점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다. 

이 의원과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 대부분의 지도부 입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신설 조항은 이 의원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들)'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우려 표시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직접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찬성이지만 최고의사결정단위인 전당대회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이 신설되면 산수상으로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논의의 과정이 상당히 급하게 진행됐다. 주변 의원들도 다 몰랐다고 한다"며 "당의 최고 의결기구를 변경하는 사안을 요식행위를 통해서만 통과시킬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날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중심으로 조항 신설을 반대하는 비명계 의원들이 의견을 모으면 친명계와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조응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숙의를 건너뛰고 바로 '전당원 투표제에 대한 찬반'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 의원은 "독일은 국민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독재자 히틀러의 국민투표제 악용 경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권리당원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유력 당대표 후보 이재명 의원은 전날 "당원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하겠다. 당원이 주인인 당을 여러분과 함께 꼭 만들겠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표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저희 당원이 120만 명 정도 된다. 100만 명 당원에게 투표를 시켰는데 4만~5만 명이 주도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과대대표' 우려에 반박했다. 우 위원장은 최근 친명계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다.

우 위원장은 "이른바 강성당원, 적극적 의사 표현층이 5~7만 명"이라며 "이런 당원들이 계신 걸 갖고 자꾸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너무 과대하게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 당이 결정한 내용들을 보면 조금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신 분들이 원하신 대로 다 된 건 아니다"라며 "당이 강성 지지층에 의해 모든 게 결정된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은 조금 현실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이날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적격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적격 심사에서 청구를 제한하는 사항들이 당규로 정해져있다"며 "모든 사항을 다 권리당원 투표에 부쳐 입맛대로 할 수 있다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당규 36조에 따르면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판 중인 사항 △ 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 활동 및 당의 고유 권한과 사무에 속하는 사항 △ 당의 예산·회계·계약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선 전당원 투표 청구를 제한한다. 

이 관계자는 "이 조항 신설은 전국대의원대회가 당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오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비명계가 '사당화 프레임'을 거는 모습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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