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단양 대홍수 이겨낸 기적의 남한강 시루섬

박상준

psj@kpinews.kr | 2022-08-18 18:35:52

극적으로 생존한 주민들 19일 섬에서 50돌 생일 잔치

꼭 5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충북 단양군의 읍소재지였던 단성면에서 남한강을 따라 단양읍으로 가다보면 좌측 광활한 강에 시루처럼 생긴 길쭉한 섬이 있었다. 둘레 5km에 23ha 남짓하던, 섬(6만㎡)이 아니면서도 섬으로 불렸던 단양읍 중도리 마을이다.

▲남한강 옛시루섬의 사진을 찾는 단양군.[단양군 홈페이지 캡쳐]

그 섬은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시엔 섬 한편에 한 폭의 옥양목을 깔아놓은 듯 희고 매끄러운 백사장이 깔리고 다른 편엔 은어 비늘처럼 눈부시던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마을 주변엔 운치있는 소나무 숲이 평화스런 전원풍경을 더욱 돋보이게한 섬마을이었다.

44가구 250여명이 살던 마을 인심도 그림같은 전원풍경 만큼이나 정이 흘러 넘쳤다. 대문도 활짝 열어놓고 사는 마을엔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 이웃간에 가족처럼 왕래했다.

하지만 재앙은 예고없이 찾아왔다. 꼭 이맘때인 1972년 8월19일 그 섬에 비극이 닥쳤다. 한반도 중부권을 강타했던 태풍 '베티'가 몰고 온 폭우가 하늘이 뚫린 듯 사흘 내리 쏟아지면서 남한강이 범람해 증도리 시루섬 전체가 서서히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강 수위가 높아지고 마을이 침수되자 주민들은 불어나는 물을 피해 섬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날은 저물어 어두워지는데 눈에 보이는 것은 지름 약 5m, 높이 6m 크기의 물탱크뿐이었다.

▲사람이 살지않는 현재 시루섬의 모습.[단양군 홈페이지 캡쳐]

​비좁은 물탱크위에 올라선 주민들은 물폭탄 속에서 서로를 붙잡고 14시간 밤낮을 버틴 끝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백일 된 아기가 압박을 못 이겨 숨을 거뒀으나 엄마는 이웃들이 동요할까 봐 밤새 아기를 껴안은 채 속으로 슬픔을 삼켰다는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웃을 위해 희생과 헌신으로 대홍수를 이겨낸 애절하고 아름다운 스토리가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시루섬 주민들이 19일 단양에서 50년 만에 재회한다. 단양군은 시루섬의 기적 50주년을 맞아 묻혀있던 그 날의 긴박하고 극적이었던 시루섬 이야기를 다시금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날 행사는 참석이 예정된 생존자 60명이 충주호 관광선을 타고 지금은 아무도 살지않는 고립무원의 섬이 된 고향 땅 시루섬에 다시금 발을 내딛는 걸로 시작한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도제와 마을자랑비 이전 제막식 등 식전행사를 마치고 50돌 합동 생일잔치가 열린다.

​생일잔치는 밤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동갑이니 시루섬에서 치루자는 생존한 주민들의 소망을 담았다. 그들에겐 반세기만에 다시 찾는 시루섬이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