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삼성 세탁기의 연이은 폭발 사고
UPI뉴스
| 2022-08-17 14:51:57
대중화 선언한 폴더블폰에서 제외된 삼성의 앱과 파운드리
'애니콜 화형식' 같은 결단 필요…600만 주주에 보답해야
삼성전자의 드럼 세탁기가 또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 인천에 사는 A 씨는 지난 11일 아파트 다용도실에 들어갔다가 가동 중이던 세탁기가 폭발하는 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세탁기의 유리문이 박살 나며 사방으로 튀어 유리 파편이 다리에 박히는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세탁기가 폭발한 이후에도 계속 돌아가고 있어서 끄고 싶었지만, 혹시 더 큰 사고가 날까 두려워서 건드리지 못하고 119에 연락해 도움을 받았다. 소방관들이 와서 세탁기 전원을 차단하고 기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삼성 서비스센터에서는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도착해 폭발한 세탁기의 문짝을 교체해주려 했으나 A 씨 요청으로 제품을 수거해가면서 제품값을 환불해 줬다고 한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세탁기 강화유리의 테이프 접착제가 떨어지면서 깨졌다면서 하청 업체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세탁기의 폭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3일 인천시 강화군의 단독주택 3층 가정집 다용도실에서 삼성전자의 드럼 세탁기가 폭발해 세탁기 유리문이 산산조각이 나고 세제를 넣는 윗부분이 파손됐다. 연이은 세탁기의 폭발 사고로 인터넷에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의 GOS 사태까지 소환
세탁기 폭발 사고는 올해 들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대한 의혹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바로 갤럭시 S22에 장착한 게임 최적화 서비스 GOS(Game Optimizing Service) 사태를 소환하고 있다.
GOS는 게임을 실행할 때 기기에 열이 발생하면 성능을 조절해 발열을 낮추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삼성은 열이 발생하면 스마트폰의 성능을 최대 60%까지 제한하도록 하고 이 기능의 사용 여부를 고객이 고를 수 없도록 했다. 고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GOS가 실행돼 고사양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해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고객들은 항의했다.
발열에 따른 안전이 문제가 된다면 성능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삼성은 GOS 실행 여부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바꿨고 3월 주주총회에서는 한종희 부회장이 GOS 사태와 관련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대중화 선언한 폴더블폰에서 채택되지 못한 삼성의 자체 앱과 파운드리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를 공개하면서 폴더블폰의 대중화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작 대비 가벼운 무게와 강화된 배터리 성능 등을 앞세워 대중화 가능성에 크게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삼성이 개발한 자체 개발 모바일 칩 엑시노스는 이번에도 적용되지 못했다. 최고가 스마트폰이자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키우고 있는 폴더블폰은 2019년 처음 출시할 때부터 삼성의 엑시노스가 아닌 퀄컴의 모바일 칩을 채용해왔고 이번에도 역시 퀄컴 최신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8+ 1세대만 넣기로 한 것이다. 퀄컴 칩이 삼성의 것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더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과거 삼성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은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을 맡았다. 그러나 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에 채택된 최신 세대 칩인 스냅드래곤8+ 1세대는 대만 TSMC가 생산을 전담하는 것으로 생산처를 옮겼다. 삼성 파운드리 4㎚ 공정으로 생산한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수율과 성능 문제를 동시에 겪은 탓이다. 삼성은 지금 3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기대보다는 우려를 키우는 상황인 것이다.
삼성은 기술력에서는 1등 기업임을 자부심으로 내세워 왔다. 비록 소프트웨어나 디자인에서는 애플에 밀릴지 몰라도 기술력만큼은 한발 앞서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GOS 사태와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서 제기되는 의구심, 여기에다가 세탁기 폭발까지 이어지면서 이제는 하드웨어에서조차 밀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안한 기술력의 삼성…애니콜 화형식 수준의 분발이 있어야 할 듯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월 9만6800원까지 오르면서 10만 전자 시대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앞에서 지적한 각종 악재와 반도체 업황 악화가 겹치면서 지난달에는 5만5000원 수준까지 떨어졌고 지금도 겨우 6만 전자에 턱걸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 주식투자가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이후 줄곧 주가는 내렸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가들은 상반기 동안 85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무려 6백만 명에 이른다. 명실공히 국민주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각종 불안을 털어내고 국민주로서 보답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1995년에 있었던 애니콜 화형식을 거론하기도 한다. 당시 삼성의 휴대폰 애니콜의 불량률이 11%를 넘어섰고 대리점 사장이 불량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고객에게 뺨을 맞았다는 보도도 나왔을 만큼 품질 문제가 심각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이때 택한 것이 애니콜 화형식이었다. 구미공장 운동장에 애니콜 15만대와 팩시밀리 등 5백억 원어치의 제품을 쌓아놓고 직원들이 해머로 부수게 한 뒤 불을 지르는 극한 처방을 택했다. 27년 전의 5백억 원어치의 제품은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 그때 TV 화면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직원들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직원들의 뇌리에 품질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 눈물을 흘렸던 직원들은 이제 50대를 훌쩍 넘겼을 것이고 상당수 직원들은 삼성전자를 퇴사했을 것이다. 또 27년 전의 충격 요법이 지금의 MZ 세대에게 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러나 기업의 기술력과 품질은 어느 한 부분, 어느 한 직급의 각오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삼성전자 전체의 각오가 필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기술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업이라는 말을 다시 들었으면 좋겠다. 그게 600만 주주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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