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에 찍힌 고민정, 비명계 자처 왜…친문표 구애 전략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8-12 10:04:08
"우리가 개돼지로 보이나" 댓글…친명계 견제 강화
최고위원 선거 2등, 기존 주류 친문 표심얻기 계산
메기 역할하며 구심점 잃은 비명계 대변자 의도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당대표보다 최고위원 선거가 뜨겁다. 당대표로는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의원이 확실시된다.
반면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는 유동적이다. 물론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약진 중이다. 1차 지역순회 경선 결과 4명이 당선권이다. 나머지 1명은 친문(친문재인)계 고민정 의원이다.
고 의원 때문에 최고위원 선거가 그나마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특히 비명계를 자처하면서 긴장감도 감지된다. 친명계와 이 의원 지지자들이 '고 의원 낙선 운동'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고 의원은 지난 10일 "'비명'이냐 물으면 부인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스스로 친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지난 총선 때 '문재인 아바타'라는 공격도 받았다.
고 의원은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하며 이 의원과 대척점에 섰다. '사법리스크'를 우려해 개정을 요구하는 '개딸'(개혁의 딸) 등 이 의원 지지자들의 표적이 된 격이다. 고 의원은 지난 11일 "개정한다면 이 의원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 후보 페이스북에는 비난성 댓글이 수십개 쏟아졌다. "우유부단한 생각에 실망이다. 후원을 중지한다", "지지를 철회한다", "스스로 수박임을 인정하시는 것인가"라는 등의 내용이다. "당원들이 개돼지로 보이냐. 언제까지 당원들을 기만할 건가"라는 항의도 있었다.
지난 10일 친명계 유튜버인 이동형씨가 운영하는 '이동형TV'에 출연한 '나는꼼수다' 출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고 의원이 어떻게 2등인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고 의원은 '이벤트 정치인'"라고 비판했다. 이씨도 "2등은 고 의원이 아닌 박 의원이 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친명계 박찬대, 서영교 의원이 차례로 나왔다.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12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한 고 의원을 향해 "적의 흉기로 동지를 찌르지 마라"고 견제했다. "여권의 작전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1차 지역순회 경선 결과 1위는 정 의원(28.40%), 2위는 고 의원(22.24%), 3~5위 박찬대(12.93%), 장경태(10.92%), 서영교(8.97%) 의원이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친문 윤영찬 의원은 6위다.
친명계와 이 의원 지지자들이 '고민정 죽이기'에 주력하는 것은 '친명 일색 지도부'를 위해서다. 최고위원 5명 모두 친명계로 채우려면 소위 '줄 투표(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투표)'가 필요하고 고 의원이 희생량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고 의원이 비명계를 자처한 이유가 뭘까. 기존 당 주류였던 친문계 표를 겨냥한 구애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최고위원 후보 중 친문계는 고, 윤 의원 둘 뿐이다. 권리당원 1명당 최고위원 후보 2명에게 투표할 수 있다. 친문계 당원들은 두 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구조다. 표가 분산되는 친명계 후보들에 비해 고 의원이 유리한 여건이다.
특히 고 의원은 인지도가 높아 윤 의원보다는 친문표를 결집하기가 수월하다. 아나운서 출신인데다 잦은 방송 출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당 최고위원 5명에는 여성 1명이 무조건 들어가야한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여성은 고, 서 의원 2명 뿐이다. 고 의원이 서 의원만 꺾으면 순위와 상관 없이 최고위원에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고 의원 2등, 서 의원 5등이다.
고 의원은 사실 무리하지 않아도 당선권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개딸에 찍히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비명계 노선을 걷는데는 '당선+알파'의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를 포함해 구심점을 잃은 비명계를 결속해 비주류 간판 정치인으로 발돋음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온다.
1차 순회 경선 결과로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고 의원 혼자 비명계 의견을 대변해야한다. 혼자 '메기 역할'을 하면서 당안팎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고 의원이 개딸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의 십자포화를 맞으면 맞을수록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강성 지지층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불만을 지닌 합리적 성향의 당원들은 예상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의원 전략이 먹힐지는 두고볼 일이다. 11~13일 투표에 나서는 충청권 권리당원 13만명의 표심이 분수령으로 보인다. 12~13일 투표가 진행되는 1차 국민(여당 지지층은 배제) 여론조사도 변수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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