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경제] 폭우만 쏟아지면 맥 못추는 서울 강남

최영진

choibak14@kpinews.kr | 2022-08-10 08:21:38

강남역 일대 '상습 침수지역' 오명
세계 경쟁력 8위 도시 서울 위상 먹칠
지하 공간체계 개선없이는 피해 반복
GTX·초고층 빌딩 지하 방수대책 강화해야

세계 10대 도시로 평가받는 서울 곳곳이 8월 장맛비에 침수됐다. 각종 인프라 등을 잘 갖췄다는 국제적인 도시가 큰 비만 오면 맥을 못 추고 있으니 세계 8위 도시 서울의 위상이 큰 손상을 입었다.

서울은 지난해 11월 일본 모리기념재단이 발표한 '2021년 세계 도시 종합 경쟁력 순위'에서 8위에 올랐다. 평가 항목으로는 경제를 비롯해 연구 개발, 교통 접근성, 문화 교류, 주거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방 시설과 같은 도시 인프라는 기본적인 체크 사항이 아닌가 싶다.

그런 서울이 지난 8, 9일 양일간 내린 집중 호우로 주요 지역, 그것도 번화가로 꼽히는 강남역 일대와 부자 동네 대치동 일대가 한동안 마비 상태에 이를 지경이었다.

▲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지난 8일 오후 물에 잠긴 강남역 일대 도로. [뉴시스]

이런 일이 이번만이 아니다. 큰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으로 불릴 정도인데도 그대로 방치되어온 듯해 안타깝다.

물론 서울시가 물길을 돌리는 대책을 여러 번 세웠겠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방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대비책을 잘 세워도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 어쩔 수가 없다. 이른바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큰 비라면 자연재해로 봐야 옳다.

그러나 강남역 일대 등의 침수는 홍수만 지면 벌어지는 일이라 서울시 재난 관리 능력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수십억 원의 세금을 들여 강남역 수방 대책을 세웠다는 서울시는 이번에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지 궁금하다.

당초 수요 예측 잘못됐고 지하 공간 설계도 미흡

왜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을까. 지하 공간 설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처음 도시를 만들 때부터 배수를 비롯한 수도·가스·전선·광케이블 등과 같은 각종 도시 인프라 시설을 담는 지하 공간 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해 배수 용량이 적은 관로가 매설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배수 관로를 큰 것으로 교체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지하 공간 계획을 잘 세웠더라면 미리 파 놓은 지하통로에 들어가 배수관만 바꿔 놓으면 되지만 우리는 그냥 땅에 묻는 식으로 공사를 해 놓아 지하철 공사하듯 도시 전체를 파헤쳐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역대 서울시장은 여러 차례 지하에 묻혀 있는 각종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우선 순위에서 밀려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래서 부분적인 개선 공사로 대응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작은 비는 방비가 될지 몰라도 큰 비는 속수무책이었다.

강남역 일대 개선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돈을 들여 주변의 수방공사를 한다 해도 흘러드는 빗물을 딴 곳으로 돌릴 방도 찾기가 쉽지 않아 그냥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강남대로의 지하를 파헤치고 여기에 홍수 용량을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대형 관로를 설치하는 길밖에 없으나 이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지하공사도 그렇지만 물이 충분히 흘러내릴 수 있는 구배(경사도)까지 고려해야 하는 대규모 작업이어서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길 수밖에.

참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옛날에 조성된 구도심이라면 몰라도 1970년 대 현대식 도시설계 기법을 적용해 조성한 강남권이 홍수 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 도시를 조성할 때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을 수 있다.기후 변화로 한 시간에 수백mm가 쏟아지는 일이 잦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계속 물난리를 겪어야 한다.
 
기후 변화로 더 심한 폭우 대비 필요
 
게다가 그동안 지하철과 같은 지하 공간 개발이 대량으로 벌어지면서 배수문제는 더욱 심각한 과제로 떠올랐다.

강남역 일대도 원래 낮은 지역이어서 다른 곳의 빗물이 흘러드는 형태이고 지하철 건설 등으로 지하를 깊이 파 여기에 물이 고이면 해결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강남역 일대 침수 사태와 같은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경험하지 못한 대 폭우가 쏟아질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데다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와 초고층 빌딩과 같은 지하를 깊이 파야 하는 사업이 많아서다.

지하를 깊이 판다고 다 홍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배수가 쉬운 경사지는 해결이 쉽지만 저지대는 공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공사비도 많이 든다. 그만큼 사업의 채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하철 승강장에 빗물이 차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설계가 미흡한 점도 있지만 채산성 문제로 인해 방수 관련 비용을 충분히 투입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다.

지하 깊숙이 철로가 놓이는 GTX와 같은 사업은 더욱 염려스럽다. 빗물이 지하에 차기라도 하면 이를 수습하는데도 큰 비용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철도 공사도 중요하지만 지하 승강장의 수방 대책에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초고층 건물 지하층 배수 처리 철저히 해야
 
초고층 건물은 괜찮을까.

현재 지하 10층짜리 건물도 있고 지하 주차장을 9층까지 판 일반 아파트도 존재한다. 아직 물난리로 큰 피해를 봤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절대 방심할 일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경험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그렇다.

이런 와중에 삼성동 한전부지,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의 국제업무 단지, 서초동 롯데 칠성사이다 부지,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 터 등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보면 앞으로 지상의 건물 높이 짓기 못지않게 지하 깊이 파기 경쟁도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땅 속을 깊이 파고 들어갈수록 배수 처리 문제는 어려워진다. 지하가 깊어 침수가 생기면 피해 역시 엄청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건물 짓는 것 이상으로 배수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토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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