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경제] 경기침체기 주택정책, '대규모 공급'이 묘책일까
최영진
choibak14@kpinews.kr | 2022-08-06 09:22:12
재건축 규제완화 호재지만 집값 급등 우려도
윤석열 정부 9일 첫 주택공급 대책 발표 예정
윤석열 정부는 오는 9일쯤 첫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모양이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산발적으로 일부 내용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골격은 '250만 가구 공급'이다.
근래 들어 '250만 가구+알파' 얘기도 나온다. 공급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해제로 민간 부문에서의 주택 건설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물량 확대은 기본이고 생활 편의를 고려한 혁신적인 고품질 주택공급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 일이 그렇듯 이번에도 정제된 대책을 일시에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내용을 찔끔찔끔 흘리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급기야 공식적인 발표 날짜를 정한 듯하다.
윤 정부가 전 정부에서 묶어 놓았던 개발사업 관련 규제를 푼다고 하니 건설·재건축조합·관련 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에 엄청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놓았다가 정부의 공식 대책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뒷수습을 어떻게 할는지 걱정이다. 가뜩이나 윤 정부 하는 일에 실망하는 이가 늘어나는 터에 부동산 정책마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앞날은 더 암울해질 게 분명하다. 정말 좋은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정책 무게 중심은 공급 왕창 늘려 집값 안정화
며칠 후면 그간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만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이 공개된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정책 조각들을 맞춰보면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는 게 요지이다.
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외곽지대의 신도시가 아닌 서울 도심의 주요 지역에 공급을 쏟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금을 비롯한 각종 개발 규제를 풀어 민간이 손쉽게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공급 활성화 방책의 골격인 듯하다.
전 정부는 도심의 주택 공급원으로 꼽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으나 이번 정부는 규제를 확 풀어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여러 경로로 흩어져 있는 개발 사업 심의 통로를 하나의 창구로 일원화하는 이른바 '통합 심의 의무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개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필터링 기능을 간소화해 사업 기간을 줄인다는 의미지만 사업자 특혜 논란의 여지도 다분하다.
친기업 정서가 짙은 윤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방안인지 몰라도 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지나친 개발규제 완화, 특혜 논란 휘말릴 수도
정부의 공식적인 주택 공급 로드맵이 발표되면 관련 사항에 대해 분석하는 기회를 갖겠으나 당장 우려되는 대목은 공급 목표를 어떤 식으로 달성할 것이냐는 점이다.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아무리 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토지 매입 과정도 그렇지만 조합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도심은 땅값이 워낙 비싸 외곽지대보다 훨씬 어렵다. 개발 기법에 따라 조합원의 이익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 재건축 단지의 규제를 푸는 것은 그래도 쉬운 일이다. 서울 압구정·대치·반포동과 같은 대단위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대폭 올려줘 개발 이익이 많이 생기도록 한다면 재건축이 촉진되지 않을까 싶다. 가뜩이나 주택 시장이 얼어붙어 곳곳에서 집값 떨어지는 소리가 커지는 마당에 일단 재건축만 하면 수억 원의 웃돈이 생긴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이 방안은 공급을 늘리는 측면에서 보면 대성공이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부자 동네에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는 방책인데 다른 지역 사람들과 무주택 서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얘기다.
설령 공급을 왕창 늘린다 해도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지금 주택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터에 공급을 잔뜩 늘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결과는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피폐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극약 처방책으로는 적격일 수 있다. 한꺼번에 규제를 풀어 이곳저곳에 재건축 바람을 일으키면 경기는 분명 살아난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대성공을 이룬 사례도 있다.
매우 민감한 시기…정책 향방에 관심 집중
그렇다면 윤 정부는 현재 돌아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런 묘책을 내놓는 것일까. 이게 사실이면 정말 경제적 감각이 뛰어난 방책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멀지 않아 주택시장이 위기를 맞을 것에 대비해 미리 미끼를 던져놓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는 뜻인데 어찌 탄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르긴 해도 그런 깊은 뜻이 내재되어 있을 리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주택 경기 사이클이 묘한 국면에 놓여 있는 처지여서 정부의 공급 대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 걱정이 앞선다.
요즘 흘러가는 경기 추이를 보면 어떤 정책이 묘약인지 선별하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재건축 규제를 왕창 풀어주면 관련 지역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게 뻔하고 그냥 있자니 시장은 더 얼어붙을 게 분명해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사실 건물이 완공돼 한꺼번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집값은 폭락하게 되지만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은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인다. 1989년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을 통해 20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3~4년간의 개발과정에서 집값은 되레 폭등했었다.
물론 시장 상황이나 경기 여건이 신도시 건설 때와는 좀 다르고 게다가 한꺼번에 주택 물량을 쏟아내는 것도 아니어서 반응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기가 죽어가는 국면에 대규모 공급 방안을 내놓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정말 '신의 한수'가 필요한 시기다.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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