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K뷰티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나?
UPI뉴스
| 2022-08-05 13:36:35
해외사업 부진 원인이라지만…문제의 핵심 벗어난 처방
럭셔리브랜드로의 위상 강화 실패…탈중국 성공 미지수
한류 열풍, K뷰티에 힘 실어줄 기회? 오너의 결단 필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최근 대규모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코스비전 등 계열사의 대표를 1970년대생으로 교체하고 팀장들도 80년대생으로 대거 물갈이했다.
이 과정에서 팀원으로 근무하던 '담당'(팀장 이하 직원을 말함)이 팀장이 되고, 팀장은 하루아침에 담당으로 자리를 바꿔 앉으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정상적인 근무가 힘들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갈등을 무릅쓰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데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기울기 시작한 실적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자로 돌아선 2분기 실적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매출은 9457억 원, 영업이익은 19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9.6% 줄었고 영업이익은 912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적자의 원인은 해외사업 때문이다. 해외사업의 매출은 작년 2분기 4452억 원에서 올 2분기에는 33% 넘게 줄어든 2972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92억 원 흑자에서 425억 원 손실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실적 악화가 중국의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재봉쇄 영향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종식되면 아모레퍼시픽으로 대표되는 K뷰티가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비관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봉쇄에도 불구하고 K뷰티를 제외한 글로벌 럭셔리브랜드인 랑콤이나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의 중국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의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로 불리는 618쇼핑 행사에서도 K뷰티는 40위 권에도 들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의 봉쇄 정책도 영향을 끼쳤지만, 한국 화장품이 중국시장에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중국에 의존했던 지난 10년
아모레퍼시픽은 한류 열풍에 편승해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시장에서 매출을 늘려왔다. 2015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매출이 1조2000억 원을 넘겼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은 연속해서 해외시장 영업이익이 2000억 원을 넘는 이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전체 해외시장 매출의 90%를 넘어섰고, 중국은 아시아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한쪽으로 기울어진 영업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시장이 흔들리자 전체 사업 구조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중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으로 중국 현지 브랜드에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설화수를 럭셔리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던 전략도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한 마디로 중저가 브랜드는 중국 현지 제품에 밀리고 력셔리브랜드는 랑콤이나 에스티로더 같은 글로벌 럭셔리브랜드에 대항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격전지 중국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K뷰티를 키운 것은 중국시장이었고 K뷰티가 쓴맛을 보게 된 것도 중국시장이다.
뒤늦은 탈중국…성공 여부는 미지수
뒤늦긴 했지만, 중국시장에서의 고전은 K뷰티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한국시장, 더 나아가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브랜드파워를 갖지 못한 채 중국시장에서 럭셔리브랜드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북미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오프라인에서는 세포라 같은 화장품 편집숍에 진출하고 아마존 등을 통한 온라인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부 제품은 매출이 300%가 늘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러나 증가율에 가려진 실제 매출은 몇억 원, 혹은 몇십억 원에 불과할 만큼 초라한 게 사실이다. 노력을 폄훼할 의도는 없지만, 북미시장에서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얘기다.
젊은층으로 물갈이 인사…문제 핵심 벗어난 처방
화장품 산업은 대표적인 선진국 산업이다. 럭셔리브랜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자체의 역사 그리고 스토리 텔링이 가미된 종합 예술의 결과물이다. K뷰티가 럭셔리브랜드로 자리 잡고 중국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 전체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시 아모레퍼시픽의 파격 인사로 되돌아 가보자. 70년대생을 계열사 대표이사로 앉히고 80년대생 팀장을 발탁해 유연한 아이디어를 접목하자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과 역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스토리에서 브랜드의 힘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대규모 M&A를 통해 브랜드를 매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젊은 실무진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회사의 100년 뒤를 걱정하는 오너가 결단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K뷰티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이 어느 때보다 좋다는 분석도 있다. K팝, K콘텐츠로 대변되는 한류의 열풍은 K뷰티에 힘을 실어주고 스토리를 얹어줄 절호의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는 결단도 오너의 몫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아모레퍼시픽 인사에는 15년 넘게 아모레퍼시픽에 젊음을 바치고 팀장으로 일해오다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부하직원을 팀장으로 모시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기판의 졸(卒)로 전락한 월급쟁이의 좌절이 위기의 원인을 부하직원에서 찾으려는 K뷰티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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