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與, 비대위 전환도 어려워…당헌·당규 해석 진통

장은현

eh@kpinews.kr | 2022-08-01 15:05:34

권성동, 선수별모임서 의견수렴…최고위 간담회 불발
'비대위 전환' 요구 많아…친이준석계 "근거 없다"
전환 요건 '최고위 기능상실·대표 궐위' 해석 분분
서병수 "근거 찾아봐도 없어…최고위원 선출해야"

국민의힘이 당 지도체제 전환 문제를 놓고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내부 분위기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당헌·당규 해석으로 진통을 겪는 모습이다. 비대위로 전환하기 위한 명분과 당헌·당규상 근거 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리면서다.

비대위원장 임명 주체도 난제다. 본래 당대표 혹은 당대표 직무대행이 맡지만 이준석 대표는 현재 징계로 권한이 없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행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의원총회 후 의견이 정리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로 최고위원 간담회를 추진했으나 일정 문제로 결국 열지 못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간담회를 미뤘다"며 "간담회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원내대표실로 들어간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전환 등)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권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순차적으로 일정을 잡고 (의견 수렴) 단계를 거칠 것"이라며 "의원들이 다 일정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몇시까지 모이라고 하는 것은 군대도 아니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초선·재선·중진 의원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의총에서 당헌·당규에 대한 해석과 비대위원장 후보를 논의하고 저녁에 최고위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방향도 거론된다. 상임 전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하면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그러나 지도 체제 전환까지 고비가 숱하다. 전환 자체에 대한 당헌·당규 근거가 불명확한 게 첫 번째 난제다. 당헌 96조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대위를 둘 수 있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한 만큼 궐위로 인한 전환은 불가능하다.

남은 조건인 '최고위 기능 상실'과 관련한 해석은 엇갈린다.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7명 중 5명이 사퇴 또는 사퇴를 예고한 현 상황 자체가 기능 상실이라는 견해도 있다. 앞서 조수진·배현진(선출직)·윤영석(지명직) 의원이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 대표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만 남았다.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 체제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성 의장은 사퇴를 예고한 상태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하는 것 자체가 다들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 현원이 이 대표를 포함해 5명이고 이중 과반 3인이 참석하면 최고위를 열 수 있고 현행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에서 "하다 하다 안되니까 최고위 기능을 상실시키려 순번을 정해놓고 한 사람씩 사퇴하고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하되 직무대행을 내려놓았다"며 "상식도, 공정도 필요 없는 것처럼 밀어붙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분들이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총회로 의견을 모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비대위원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권 원내대표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이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임명 등에 관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면 법학을 공부했다고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임명을 하려면 지금 상황에서는 전국위를 개최해 당헌·당규를 바꾸거나 부칙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가 이렇게 논의가 길어지는 것"이라고 답답함도 표했다.

전국위 개최도 불투명하다. 당장 전국위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회의적인 입장이다. 서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전환을 논의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전국위를 개최해 사퇴한 최고위원 몫을 대신할 새로운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방향이 합당하다는 게 서 의원 설명이다. 당헌 19조 1항에 '최고위원 궐위시 전국위를 통해 최고위원 선출'을 규정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이 거의 다 사퇴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능 상실로 보는 게 맞다"며 "이미 당내 분위기가 비대위 전환으로 쏠리고 있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당 기획조정국은 이번주초 당헌·당규에 대한 해석을 내린 뒤 권 원내대표 등에게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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