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 시인, 제34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 2022-07-25 11:43:02

수상작 '어머니 범종소리'
"청각과 시각 결합한 깊은 공간 천착"

최동호(74) 시인이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을 기리는 정지용문학상 34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어머니 범종소리'.

▲청각과 시각을 결합해 깊은 사유의 공간을 천착했다는 평가를 받아 34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최동호 시인.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심사위원들은 "청각과 시각을 결합한 미의식으로 쉬우면서도 깊은 사유의 공간을 천착"(오세영)했으며, "과거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지금 떠올릴수록 미약한 마음을 달래주는 기억 속의 소리를 산사의 새벽 범종소리로 환유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온유하고 너그럽다"(이숭원)고 평가했다. 또한 "감각적 이미지를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종교적 정신세계로 승화시키는 작품"(오형엽)이며 "간절한 청각상으로 조형된 삶의 근원을 만나는 감회도 있었다"(문효치)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동호 시인은 "정지용문학상 수상은 '아직 늦지 않았다. 오직 시에 집중하라'는 운명적인 화두를 저에게 던진 것이라 믿는다"면서 "서정시의 구극을 추구하는 단독자의 외로움을 견디며 더 앞으로 걸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시상식은 옥천군에서 주관하는 35회 지용제(9월22~25일) 기간에 열리며, 상금 2000만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어머니 범종 소리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렸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 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 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 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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