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원가상승률의 2~3배…속보이는 식료품업계 가격인상
UPI뉴스
| 2022-07-21 14:36:19
식료품 가격 줄줄이 ↑…원자재 가격은 지난달 이후 하락
공정위 담합 조사는 이미 헌 칼, 새로운 정책 수단 필요
돌고도는 뻔한 인사…새롭고 신선한 대책 나올 수 있을까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다며 제품가격을 올리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러한 가격 인상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정말 원가가 많이 올랐을까? 또 세계 시장이 안정돼 원료 가격이 하락하면 그때는 제품가격을 내릴 것인가? 두 질문 모두 '노'(NO)인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만 봉이라는 자괴감을 이번에도 떨칠 수 없을 것 같다.
원가 상승분보다 제품가격 더 올린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즉석밥 햇반의 가격을 7∽8%가량 올렸다. LNG 비용이 90% 올랐고, 포장 용기와 필름 값도 15% 이상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이 과장된 것임이 드러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햇반의 원가 상승을 분석했다. 그 결과 LNG 가격이 오른 것은 맞지만 상승 폭은 90%가 아니라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재 가격은 2021년에 일시적으로 오르기도 했지만, 이전까지는 계속해서 떨어져 2021년 가격을 2018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5.3%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전체 제조원가를 추정해 보면 2022년의 원가 상승분은 3%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니까 원가가 3% 올랐는데 제품가격은 7%가 넘게 올린 것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또 2019년 대비 지난해 기준으로는 햇반의 추정 제조원가는 약 7.4% 올랐지만, 제품가격은 21.9%나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격 상승률이 원가상승률보다 항상 2배에서 3배 정도 더 높다고 비판했다.
국내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66.9%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30.1%이다.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7%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두 업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격을 인상해 오고 있다. 원가가 오르면 제품가격을 더 올려서 수익을 늘리고, 원가가 떨어지면 비용이 줄어들어 수익이 늘어나는 화수분 장사를 하는 셈이다.
줄줄이 오른 식료품 가격…그러나 곡물가는 하락
작년 이후 식료품치고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줄줄이 오르고 있다. 달걀이나 채소류 같은 신선식품은 물론이고 두부, 콜라, 피자, 햄버거, 라면에 이르기까지 모든 품목이 들썩이고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기상 이변으로 세계적으로 곡물 작황이 좋지 못한 데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비용이 올랐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작물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큰 원인 중의 하나다.
그런데 지난 5월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지난 5월 17일 부셸당 1277달러를 넘어서며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하고 있다. 20일 기준으로 81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점 대비 35%가 넘게 떨어진 것이다. 대두 역시 6월 초 부셸당 1769달러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449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 사료로 많이 사용되는 옥수수도 4월 말 부셸당 818달러를 넘어섰다가 지금은 600달러 선 밑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해도 제품가격은 요지부동…식료품 회사 주가 '상승'
물론 이러한 가격 하락세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가 여전히 압박요인으로 남아있고 올해에도 기상 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하면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엇갈린 전망 속에서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이 굳어졌을 때 기업들이 제품가격을 내릴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그런 일은 결코 없었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증권사들은 식료품 기업들의 주가 전망을 올려잡고 있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을 올렸는데 원자재 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있으니 수익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 오리온, 농심 등 대형 식품회사들의 주가는 지난달 초순 이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친기업' 윤석열 정부, 애로사항은 해결해주되 독과점은 철저히 막아야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적 성향이 뚜렷해 보인다. 법인세 인하를 추진한다든가 노사 갈등에서 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그런 성향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경제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곳곳에 포진한 낡은 규제를 풀어 기업들을 뛰게 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대부분 산업에서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독과점의 폐해를 지니고 있다. 알게 모르게 가격 담합으로 소비자들을 괴롭히거나 서로 짜고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가격 정책에 개입해서도 안 되고 개입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원가가 올랐다고 가격을 올렸다가 원가가 떨어져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현실을 보면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공정위의 담합규제가 한때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 수단은 힘을 잃은 지 오래됐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공공연히 담합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의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지금까지 와는 다른 새로운 수단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책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새 정부의 인사를 보면 언젠가 봤던 사람, 돌고 돌아 또 등용된 사람으로 채워지고 있다. 과연 그들에게서 새롭고 신선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이러한 걱정이 지나친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게 소박한 바람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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