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소득 모아야 서울 아파트 구매"…'미친집값' 만든 전세 사라져간다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7-20 16:36:29
"전세 감소하면 갭투자 어려워져…집값 하락 영향"
유 모(남·39) 씨는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30평대 아파트를 샀다. 매입가는 25억 원이었다.
유 씨 부부는 둘 다 대기업에 다녀서 부부 합산 연 소득이 꽤 많은 편이라 약 8억 원의 자금을 모아뒀지만, 25억 원을 모두 지불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시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아 대출로 돈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유 씨는 전세를 낀 갭투자로 자금 부족을 해결했다. 전세보증금으로 14억 원을 충당하고, 3억 원 가량의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 집값 25억 원을 지불했다.
2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 전용 84㎡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2억8000만 원으로 5년 전(5억9900만 원)보다 2배 넘게 폭등했다.
경실련이 통계청 자료로 산출한, 올해 1분기 기준 노동자 연 평균소득(3600만 원)의 36배다. 평균적인 소득을 올리는 노동자가 36년 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3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소득을 모아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해진지 오래인데, 그 정도가 더욱 극심해진 거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현재 집값에는 역사상 최악의 거품이 껴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고공비행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저금리 등과 함께 전세·전세자금대출이 꼽힌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로 인해 정상적인 수요 이상의, '갭투자 가수요'가 생겼다"며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세보증금이 무이자 레버리지 역할을 해 자금이 부족한 사람도 고가의 집을 매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분석이다. 유 씨도 "전세를 낀 갭투자가 아니었다면, 20억 원이 넘는 가격의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의 전세대출도 한몫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 덕에 현금이 부족한 사람도 비싼 전셋값을 치를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전세 수요를 늘려 갭투자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그간 높은 집값을 떠받쳐 왔던 전세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날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서울 지역 부동산 임대차 계약 확정일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대차 계약 건수는 총 46만4684건이다.
이 가운데 월세 거래량은 24만6064건으로 전년동기(15만8546건) 대비 55.2% 폭증했다. 빠른 증가세로 인해 월세 거래 비중도 급등했다. 상반기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거래가 53.0%를 차지했다. 반기 기준 월세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도 월세 거래의 증가세는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월세 거래 비중이 사상 최초로 절반을 넘겼다. 4월 월세 거래는 13만295건으로 전체 임대차 계약(25만8318건)의 50.4%를 차지했다.
5월에는 월세 거래량이 24만321건으로 전체의 59.5%에 달했다. 한 달 만에 월세 비중이 9.1%포인트 치솟으면서 60%에 가까워진 것이다.
월세 거래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너무 높은 전셋값과 함께 전세대출 금리 상승세가 거론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세입자들도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대출 금리가 최고 6%를 넘어서면서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싸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수요 감소 현상은 갭투자 기반을 무너뜨려 집값 하락세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셋값도 하락세"라면서 "집값을 더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한 교수와 김 대표는 "향후 집값이 고점 대비 최대 40% 폭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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