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사람이 아기처럼 군다"…그린스펀 조롱에서 '베이비스텝' 탄생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7-14 14:51:19
그린스펀, 금리인상폭 낮춰…0.25%p씩만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에서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00%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를 넘은 탓에 물가를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끌어올릴 거란 분석이다.
그런데 기준금리 1.00%포인트 인상이 울트라스텝이란 표현이 붙을 만큼 급격한 인상폭일까? 사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연준의 기준금리는 보통 10% 전후였으며, 20%를 넘기기도 했다. 한 번에 1.00~2.00%포인트 가량의 인상은 흔했다.
일례로 '톨 폴(Tall Paul· 키 201cm)'로 불렸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79년 10월 기준금리를 4%포인트 올렸다.
상황이 변한 건 볼커가 물러나고 1987년 앨런 그린스펀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였다.
그린스펀도 볼커만큼은 아니지만 키가 180cm로 꽤 컸다. 하지만 행보는 조심스러웠다. 물가나 통화량에 대해 명확한 목표를 밝히지 않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씩만 올렸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쿼터 동전(25센트)'에 빗대 "금리도 쿼터로, 한 번에 0.25%포인트씩 조절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시 사람들은 볼커와 비교하며 그린스펀의 신중한 행보를 비웃었다. 1992년 '베이비스텝'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나왔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뜻하는 표현이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자문역(국장)은 "키 큰 사람(그린스펀)이 아기처럼 군다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이후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절하는 게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0.50%포인트만 인상해도 '빅스텝'이라고 칭할 만큼 강도 높은 긴축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저성장·저금리 시대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과거보다 훨씬 낮다"며 "그에 따라 금리 조절폭도 작아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빅스텝,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있다. 자이언트스텝을 밟고도 물가를 못 잡아 더 큰 인상이 필요한 현상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차 국장은 "금리를 필요한 만큼 한꺼번에 올린 뒤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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