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경제] 집값 폭락, 무주택자에게는 마냥 좋은 일일까

최영진

choibak14@kpinews.kr | 2022-07-13 12:58:51

강남권 10~20%, 광교·동탄 20~30% 하락 등 폭락장세 확산
서울 도곡동 L아파트 전용 84㎡형은 48% 내린 가격에 거래
집값이 대출금이나 전세금 밑으로 하락하면 세입자도 피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 언론과의 만남에서 계속 집값 문제를 강조한다.

집값 하락 장세인 요즘 왜 자꾸 집값 잡겠다는 말을 꺼내고 있을까. 좀 의아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택시장이 예민하던 때 재건축 단지 통합 개발, 한강변 아파트 고층화와 같은 규제 완화 시책을 거론해 시장에 기름을 끼얹었던 장본인이 이제 와서 집값을 잡겠다는 소리를 하니 그렇다.

물론 당시 공급을 늘려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언이었지만 후유증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집값 급등 시기에 할 소리를 왜 이제 와서 꺼내놓느냐는 것이다. 돌아가는 경기 상황을 보면 지금 집값 급락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는 때이다. 고강도 금리 인상 분위기, 가파른 물가 상승 기류, 증가하는 무역적자 등을 들여다보면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주택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는 양상이다.

폭락 장세 지속되면 경제침체 위기 초래
 
그것도 단기간 하락 폭이 너무 깊다. 이러다가 시장 자체가 붕괴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돌아가는 판세를 볼 때 집값이 상승세로 반전되기는커녕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란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반적인 경제도 안 좋은 마당에 부동산 시장까지 급랭하면 부정적인 파장은 더욱 커질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왜 그런 진단들이 나오고 있을까. 우선 근래의 주택시장 형편을 보자.

서울 아파트 값 하락폭은 점점 더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한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6억9000만 원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달 전 거래 가격 대비 약 26% 빠진 것이다. 한 달 사이 그런 하락폭은 증여 목적의 가족 간 또는 부채 관계가 얽힌 특수 거래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정도다. 일반적인 거래에서 단기간에 그만큼 싼 값에 내놓을 집 주인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서울 도곡동 L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48% 내린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31억 원 하던 것이 16억 원에 팔렸다는 것이다. 거의 반 토막 난 셈이다. 정상 거래는 아닌 듯싶지만 이런 사례가 자꾸 나오면 일반 거래가도 내리기 마련이다. 하락폭이 이 정도는 아니지만 잠실 대단지에는 지난달 실거래가격이 10~15% 떨어진 경우가 속속 나타나고 있고 강동권은 20%대를 넘어섰다.

서울 강남권이 이럴진대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사정은 더 살벌하다. 수원의 핵심지역인 광교에도 20% 하락 자료가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KTX 호재로 인기가 높은 동탄 신도시는 25% 내린 값에 매매되는 일이 적지 않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아직도 비싸다고 할지 모르지만 중간에 비싼 프리미엄을 주고 거주하는 입장이라면 밤잠을 제대로 못 잘 게 뻔하다. 모르긴 해도 집값이 매입 금액 밑으로 떨어진 사례가 부지기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더 내려야 한다고 할 것이다. 오 시장도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으니 일반 집 없는 사람의 심정은 대 폭락사태가 오기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집값 너무 떨어져 경기 침체되면 무주택 서민도 불리
 
그런데 말이다. 집값이 한꺼번에 너무 떨어져도 무주택 서민에게도 좋을 게 못 된다. 집값이 대출금이나 전세금 이하로 하락하면 세입자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혼란이 벌어진다.

빚이 더 많은 이른바 깡통주택이 속출하면 이자와 대출금 납부를 포기하는 일이 생겨나고 이런 일이 심해지면 은행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세입자도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다 못 받는 일이 생기고 임차 수요 감소로 원하는 시기에 이사도 어려워진다.

집값 폭락으로 인해 거래 절벽 사태가 속출하면 그 후유증은 말할 수 없는 큰 파열음을 내게 된다. 이쯤 되면 국가 경제는 큰 위기에 빠졌다고 봐야 한다. 기업 도산은 물론 감원에다 임금 삭감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경기는 꽁꽁 얼어붙는 양상으로 치닫게 되는 법이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친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경기 침체는 그렇게 무섭다.

정책 당국 집값 급락 경착륙 대비 필요

사설이 길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골몰했던 당국은 어쩌면 집값 급락에 따른 경착륙을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 급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주택경기 침체 부작용이 너무 심해 돈까지 빌려주면서 집을 사라고 호소했다. 구매 수요를 늘려 집값을 좀 올리려는 의도가 깔린 정책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싶다. 언제는 집값 올리는데 혈안이었던 정부가 어느 시점에서는 강력한 급랭 처방책으로 시장을 박살내는 사안이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과도하게 오른 집값은 적정 수준까지 떨어져야 채산성이 생긴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이 무너져 사회 문제로 비화한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정말 중요한 경제 사안 중의 하나로 일컫는다.

단기간 인기 위주의 주택정책은 오히려 폭등·폭락 사태를 만들어 국민을 더 힘들게 만든다. 그동안 정책 실패로 쭉 그래왔다. 이제는 제발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수립할 것을 당부한다.

▲ 최영진 대기자 / 도시계획박사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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