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갈이'로 당권 행보 시동 건 이재명…견제 나선 비명계
조채원
ccw@kpinews.kr | 2022-07-11 14:43:11
"이 자리서 멈출 수 없다"…사실상 광주서 출정식
박용진 "李, 두번 패한 장수"…강병원, 정세균 만나
친문계 윤영찬·송갑석 등은 최고위원 출마 예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8·28 전당대회를 겨냥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밭갈이'에 열올리고 있다. SNS에서 소통을 대폭 확대하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게 두드러진다.
'밭갈이'는 주변 사람을 민주당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은어다. 이 의원은 또 원내 입성 후 첫 지방일정으로 당 핵심 지지기반인 광주를 찾았다. 당대표 출마는 미룬 채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한 모양새다.
이 의원은 11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당원들과 소통하며 글을 올렸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며 "주인 노릇 잘해야 주인 대접 받는다"고 썼다.
'민주당에 지쳐서 홧김에 탈당했다'는 지지자 글에는 "탈당하면 1년간 복당 금지. 특히 당원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탈당 대환영한다"며 "누구 좋으라고 탈당하나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기득(권) 정치인들을 빨아쓰지 못한다면 그들을 내쫓으면 내쫓았지 당의 주인들인 당원들이 나갈 이유가 없다'는 지지자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대표 예비경선과 본경선에 국민 여론조사 결과와 당원 투표 결과가 반영되는 만큼 이들의 이탈을 차단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이 의원은 전날 광주를 방문해 "이 자리에서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함께 가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5·18기념공원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대선 이후) 우시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정말 죄송하고 앞으론 더이상 울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광주에서 사실상 '당대표 출정식'을 가졌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 의원은 당분간 비공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룰과 당대표 권한 축소 문제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주장이 대부분 관철돼 이 의원의 출마 선언 시기는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등록일인 오는 17일로 전망된다.
비명(비이재명)계 당권주자들은 이 의원 최근 행보가 '사전 선거운동'으로 보고 견제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생) 박용진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두 번의 전쟁에 패배한 장수에게 다시 전쟁의 지휘권을 주겠다고 하는 데에 국민들이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으실 것"이라면서다.
박 의원은 "패배의 원인과 이유가 분명해지고 어떻게 다르게, 어떻게 혁신해 나갈 건지에 대한 자신의 계획과 내용이 분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잇단 선거 패배에 책임이 큰 이 의원으로선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진단과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과 같은 날 광주·전남을 방문했던 또 다른 97세대 주자 강병원 의원은 이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차담을 가졌다. 강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핵심 그룹인 '부엉이 모임'과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창립 멤버 중 하나다. 정세균계는 범친문계로 분류되는 만큼 비명계 표심을 끌어당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강훈식 의원은 지난 9일 고향이자 지역구인 대전·충남을 돌며 민주당 창당 원로를 예방하고 민심을 청취했다.
당대표엔 97세대 양강양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들과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김민석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낙연계 좌장으로 꼽히는 설훈 의원도 조만간 출마 여부를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 포함한 7명이 예비경선 후보로 등록할 경우 본경선 진출자는 3명으로 좁혀진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굳어지는 전대에서 남은 두 본경선행 티켓을 놓고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반전 가능성도 있다. 본경선에서 이 의원의 독주에 맞서는 비명계의 이합집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전대의 변수로 꼽힌다. 97세대 후보 단일화가 가장 파괴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위 100%' 선거인단에 의해 예비경선 결과가 나오는 최고위원 선거전에서도 친문계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비명계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얼마나 많은 수를 배출하느냐가 친명계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은 오는 12일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윤 의원은 이낙연계 핵심으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의원과 대척점에 섰던 인사 중 하나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송갑석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당내 재선 의원 34명을 대표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이번 전대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이재명 불가론'을 주장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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