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6월 항쟁 주역' 우상호 의원님께
UPI뉴스
| 2022-07-04 10:30:54
文정부야말로 사건 무마용으로 '월북카드'라는 '신매카시즘' 수법 사용
한 개인과 가족의 인권 유린…우상호 의원님의 6월 항쟁은 그런 거였나
우상호 의원님! 안녕하시지요?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44.5%의 지지율로 국민의힘(41.9%)을 누르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역전을 했더군요.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계신 입장에서 기뻐하셨겠지요. 축하드립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우 의원님이 최근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하신 말씀 때문입니다. 우 의원님은 지난 6월 17일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판단한 문재인 정부의 판단을 뒤집은 것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로 악용하고 있다"며 '신색깔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 자료를 열람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지요. 선뜻 동의하긴 어려웠습니다만,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발언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우 의원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우선 과제 중에 피살 사건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먹고사는 문제가 얼마나 급한데 이게 왜 현안이냐"고 했지요. 언론은 우 의원님께서 "민생이 급한 지금 '왜' 그거를 하느냐"며 "왜"라는 단어를 3번 연속 쓰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했더군요. 이런 말씀도 하셨다지요. "그분이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뭐가 중요합니까.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그걸 항의했고 그 사과를 받았습니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닙니까?"
저는 이런 일련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2020년 9월 22일 이후 1년 9개월간 사실상 지옥같은 삶을 살면서 진상 규명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유족들이 있는데, 어찌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을 어겼지요. 그 분이 한 일은 오히려 진상 규명에 역행하는 일련의 조치를 통해 이대준 씨의 가족이 느껴 온 고통을 가중시킨 것이었습니다. 이걸 모르고 하신 말씀인가요? 우 의원님은 1년 9개월 전에도 문 정부의 구출 노력과 관련된 비판에 "교전을 무릅쓰고 북한 영토로 특공대라도 보내라는 얘긴가"라며 발끈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셨는데, 사람 정말 안 바뀌네요.
저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을 이대준씨 아들 이모 군이 6월 20일 우 의원님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한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건 당시 고교생이었지만 이젠 고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군은 "대한민국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를 거론한 후 "어머니와 저는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습니다. 이군은 '사과를 받았으니 됐다'는 우 의원님의 발언에 대해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것이냐"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 가족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냐. 우상호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받았으니 된 것 아니냐는 말을 내뱉는 거냐"라고 했습니다.
이군은 그러면서 "월북자 가족이라는 끔찍한 죄명을 주려면 명확한 증거를 가족들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라며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으라'하는 것은 반(反) 인권적 행위"라고 했습니다. 이군은 "우 의원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다"며 "월북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하셨나"고 따졌지요.
저는 구구절절이 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우 의원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우 의원님은 '신색깔론'을 들고 나왔습니다만, 우 의원님을 비롯한 문 정부가 '신(新)매카시즘'을 저질렀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월북'이 얼마나 무섭고 소름끼치는 단어인지 정녕 모르십니까? 그건 확실한 증거를 갖고 내려야 할 판단입니다. 하지만 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부실한 추정이었음에도 여론을 월북으로 몰아갔습니다. 이 군이 지적한대로 사건을 무마하는 데엔 월북 이상 좋은 카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한국의 시민운동이 꽤 활발한 것 같지만 국가에 의해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 찍힌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시민단체는 없습니다. 저는 문 정부가 그런 효과까지 내다보고 무리하게 월북론을 제기한 거라고 봅니다. 민주화운동 시절 늘 독재정권의 매카시즘 공세에 공포를 느꼈을 문 정부 사람들이 권력을 잡은 위치에서 종전선언과 남북화해 무드 조성이라고 하는 웅대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월북 카드라고 하는 매카시즘 수법을 쓰다니, 세상에 이런 비극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큰 뜻이 선하고 숭고하면 한 개인과 가족의 인권은 유린해도 괜찮다는 생각, 그거 누구에게서 배운 것일까요? 저는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무섭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의 주역이었던 분까지 이렇게 인권에 냉담하고 가혹하다는 게 도무지 믿기질 않습니다. 달라진 게 아니라면, 우 의원님의 6월 항쟁은 원래 그런 것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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