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사내 동성 성추행·성희롱도 수차례 있었다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2022-06-29 17:41:02

식재료로 상대 성희롱…노골적 성적 표현 서슴지 않아
신고 후에도 2~3개월가량 버젓이 같이 부서에서 근무
협력업체 직원 성희롱한 전직 노조 간부는 징계 감경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선 성추행이 비일비재했던 모양이다. 최근 논란이 된 여직원 성폭행 사건 만이 아니다. 동성간 성추행, 성희롱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도 빈번하게 벌어졌는데, 재발도 2차 가해도 모두 회사의 미온적 대처가 원인이었다. 회사가 단호히 책임을 묻지 않으니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실례들을 보면 회사는 미적거리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 포스코 포항 본사 사옥 전경.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제품품질 관련 부서에 근무한 A씨는 지난해 9월 후배 B씨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사내 인사위원회에서 회부됐다. 앞서 20대 남성 B씨는 상사인 A씨가 자신의 성기를 자주 만진다며 감사실에 신고했다.

포스코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신고 후에도 2~3개월가량 두 사람은 같은 부서에서 일했다. 내부 직원들은 A씨 징계를 위한 인사위도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명백한 2차 가해로 이후에도 회사는 사건무마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사건이 회사 밖으로 알려지자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말 A씨를 부서 내 다른 팀으로 보냈다. 그로부터 며칠 뒤 A씨는 자진퇴사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구체적인 시기와 징계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인사위를 열어 당사자를 인사 조치시킨 것은 확실하다"고 해명했다.

동료 성추행한 직원, 징계 없이 퇴사 후 재취업해

제품품질 부서 내 동성 성추행은 당시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2010년부터 8년간 해당 부서에서 일한 C씨는 같은 부서 상사들로부터 2017년, 2018년 성추행을 당했다. 상사 D씨는 "확 자르겠다"며 가위를 성기에 대고 위협했다. 또다른 상사 E씨는 사무실에서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특정 식재료를 C씨 성기에 비유하며 놀려댔다. 참다못한 C씨는 사내 관련 부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아무 조치가 없었다. 동료들 따돌림만 심해졌다. 포항남부경찰서도 가해자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직접적인 증거물이 없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다"면서 "경찰이 피해자편이 아닌 대기업 편을 드는 느낌이었다"라고 대답했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 작업 현장 [포스코 제공]


C씨는 UPI뉴스에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메일에서 D씨는 C씨에게 "바로 사과를 하고 이해를 구하고 풀고 지나가야 되는데 그것이 안됐다니 내 책임이 크다"라고 사과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2020년 2월 피해자에게 보낸 공문에서 "가해자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성희롱을 입증하기 곤란하지만, 성적 혐오감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돼 포스코에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가해자는 지난해 아무 조치 없이 정년퇴직했고 1년 뒤인 올해 포스코에 재취업했다.

성추행으로 C씨는 몇 년 간 쉬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더 힘든 고통이었다. 현재 C씨는 이를 방치한 인사부서 관련자들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에 신고한 상태다.

겉으론 성관련 사건 '무관용' 밝혔지만 실제론 솜방망이 처벌

성폭행 사건이 터지자 포스코는 가해자 처벌보다는 피해자를 회유하는 등 사건을 덮으려는데 급급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러한 포스코 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포스코 내 또 다른 제철소인 광양제철소에서는 협력사 여직원을 여러 차례 성희롱 한 간부급 남성 직원에 대해 회사가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광양제철소 내 연구부서에 근무한 D씨는 지난해 6월 경비협력업체 코스원 소속 여직원을 여러 차례 성희롱해 문제가 됐다. 폭언과 갑질, 자재대금 횡령 혐의도 있었다. UPI뉴스가 입수한 포스코 내부 자료에 따르면, D씨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5년간 피해 여직원에게 "데이트 한번 하자"며 윙크를 보내는 등 성희롱 행위를 수차례 했다.

2020년 10월에는 협력사 또 다른 여직원을 향해 "태도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주변에 있던 물병을 걷어차고 종이가방을 집어던지는 등 위협 행위를 했다. 원색적인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사내 자체 조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징계위는 "해당 여직원이 불쾌감을 호소했고, 당시 상황에 대한 동료 직원의 진술도 있어 언어적·시각적 성희롱 행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D씨에게 권고해직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재심 요청이 받아들여서 1개월 후 징계수준은 '3개월 정직'으로 내려갔다. 징계처분장에서 포스코는 "모든 비위행위에 대해 당사자가 인정하고 피해 여직원과 동료직원에게 용서를 구했다. 반성문도 제출했다"고 감경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사내 규정 및 유사 징계사례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참고해 심의한 결과이며 감봉3개월이 적절한 양정이라 판단해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5년 7월 횡령,정보조작,성윤리 위반,금품수수 4대 비윤리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4대 비윤리 행위 중 횡령·정보조작·성윤리 위반에 해당하는데도 동료애 등을 운운하며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이 지금의 심각한 성폭력 사건을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