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앱 삭제" vs "손절 후 달러 매수"…엇갈린 하락장 대응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6-23 16:58:53
손실 감수하고 달러 ETF·원자재 펀드로 투자금 이동하기도
박 모(31·여) 씨는 평소 쓰던 휴대폰의 주식 어플리케이션을 최근 삭제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소유 중인 주식 평가액도 크게 줄어 확인조차 두려워진 때문이었다. 박 씨는 당분간 주식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고 증권시장이 반등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유 모(29·남) 씨는 평소 한국과 미국 주식에 모두 투자하고 있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올해 초부터 소유 주식을 단계적으로 팔고 있다. 그런데 미국 주식을 판 돈, 미국 달러화를 주식 계좌에 그대로 남겨놨더니 원화 환산 가치가 계속 올라갔다.
달러화는 보유만 해도 이익이 된다는 걸 깨달은 유 씨는 달러화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남은 주식의 평가액은 마이너스 상태였으나 과감히 정리한 뒤 달러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김 모(35·남) 씨는 작년부터 주식에 투자했는데, 요새 적자가 커져 고민에 빠졌다. 증시가 연일 하락해 회복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던 중 지인이 투자한 원유 펀드의 수익률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결심했다.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대부분 팔아 원유 펀드로 투자금을 옮겼다.
코스피(2314.32)와 코스닥(714.38)이 23일 또 다시 연저점을 기록하는 등 증시가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라앉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당분간 주식 계좌를 확인하지 않고 상승장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예 휴대폰에서 주식 앱을 삭제한 투자자도 있다.
박 씨는 스스로 "난 비투"라며 쓴웃음지었다. "비자발적 장기투자자"라는 말이다. 그는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내가 주식을 매수한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야 한다는 격언도 있지 않느냐"며 "한동안 그 격언을 실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소유 주식을 정리한 뒤 미래 전망이 밝은 금융상품으로 이동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이들이 주로 선호하는 상품은 달러화와 원자재 관련 상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화 가치가 계속 뛰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1301.8원)은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00원 선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달러 ETF 등 관련 금융상품은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부터 지난 22일까지 달러선물지수를 추종하는 달러 ETF들의 수익률은 보통 8% 이상이다.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들은 17%를 초과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 달러화 가치는 더 오를 전망이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스티브 잉글랜더 전략가는 "달러화 강세는 적어도 몇 달간 유지될 것"이라며 "5% 이상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달러화가 더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자재 펀드도 활황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0일까지 원자재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7%에 달했다.
특히 원유 펀드와 원유 ETF는 고공비행했다. 같은 기간 다수의 원유 펀드와 원유 ETF 수익률이 80%를 넘었다.
하반기에도 원자재 펀드의 전망은 밝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합의했지만, 실제 증산량은 합의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공급 부족으로 고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화와 원자재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서 지금 투자금을 옮기는 건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연준의 긴축 속도가 완화되면서 달러화 강세 기조가 점차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인 오름세"라면서도 "경기침체에 대해 방어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권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도 "경기침체로 원자재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하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04%, 북해산 브렌트유는 4.13%씩 하락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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