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송전탑 지중화 변경 논란, 결국 '혈세' 투입으로 이어지나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2022-06-20 14:32:44

주민들 시 공무원 개입 의혹 제기…당초 계획 '지중화' 돌연 변경
법원, 환경청 과태료 부과 정당 판단…성남시도 성남의뜰에 승소
지중화비용 1000억 추산…책임있는 '성남의뜰' 재정은 '마이너스'

송전탑 지중화(지하 설치)는 대단위 개발사업에 흔히 등장하는 논란거리다. 지난 대선 최대 쟁점이었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도 이 논란이 진행 중이다. 핵심은 지중화 계획이 철회된 과정과 그에 따른 주민 불편이다.

주민들은 개발계획 변경 과정에서 시 공무원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논란은 몇 건의 소송으로 비화했는데, 재판은 주민들에게 유리한 흐름이다.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은 성남시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잇따라 졌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이 주주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지분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3%, 민간이 47%다. 

소송이 그대로 끝나면 성남의뜰은 막대한 비용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돈이 별로 없다. 대장동 개발에 참여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화천대유는 돈이 있다고 해도 이 문제에 관한한 책임이 별로 없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성남의뜰에 참여한 자산관리회사인데, 지분이 1% 미만이다. 

이 때문에 송전탑 지중화 논란의 끝은 결국 '혈세 투입'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전경. 아파트 북쪽으로 송전선이 지나간다. [뉴시스]


대장동 퍼스트힐 푸르지오 104동에 사는 A씨는 아침 출근 때마다 집 앞에서 보이는 송전탑을 보며 한숨부터 내쉰다. 해당 시설은 아파트 앞 90~100미터 앞을 지난다.

2018년 2월 작성된 '대장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전자파 저감 방안으로 '지중화 계획에 따른 케이블헤드 주변으로 녹지 및 공원 조성이 필요하다'는 수립계획 내용이 담겼다.

이 문제는 개발초기부터 지적됐다. 대장동 북측으로 345㎸ 송전선이 지나가 전자파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해결방안으로 당시 성남의뜰은 '송전선로 지중화'를 제시했다. 전선 등 관련 설비를 지하에 설치하겠다는 얘기였다.

당초 환경영향평가서엔 송전선로 지중화 계획

2018년 5월30일 3차 개발계획에서 지중화 계획은 바뀐다. 보고서엔 '송전선로 이설 및 지중화는 선하부지(사업지)에 대한 각종 민원 발생, 과대한 사업비, 사업기간이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지중화 계획은 수립하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다. 대신 송전선로와 아파트 간 90m 가량 이격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대안을 냈다.

보고서 내용이 변경된 이유가 논란의 핵심이다. 성남의뜰은 "해당 부지는 사업지 밖에 있다. 환경영향평가상 전파 장해가 예상되니, 관련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송전탑과 아파트를 떼어놓는 저감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또 "3차 개발계획에서 이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지중화 의무가 없다는 점을 명문화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시 허락 받았다"…주민들 "개발사, 공무원 결탁했나"

개발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성남시 인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변경안에 대해 시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전까지 아무 일 없던 지중화 계획이 3차 때 빠진 것이 석연치 않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지난 5월9일 법정에서 공개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발언을 근거로 "개발사와 공무원 간 모종의 은밀한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9일 검찰이 공개한 이른바 '정영학 녹음파일'에서 김 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해 공무원 등에게 로비하는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김 씨가 대장동 사업을 위해 공무원·시의원 등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당시에는 성남의뜰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환경청이 지중화계획 수립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우리도 같은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주민들은 들고 일어섰다. 개발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야 하는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주민 편에 섰다. 성남의뜰에 2019년 12월과 2020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미이행에 대한 이행조치명령'을 내려 보냈다. 성남의뜰이 이를 지키지 않자 2020년 6월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성남의뜰은 그해 7월 소송으로 맞섰다. 2021년 이후 검찰은 성남의뜰을 약식기소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성남의뜰은 "분양 당시 주민들에게 송전탑 계획을 설명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입주민들은 "애초에 한강유역환경청이 지중화를 하라고 한 사실을 분양자들에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정당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한다.

성남시도 환경청의 요청에 따라 성남의뜰에 지중화 이행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성남의뜰은 불복하고 2020년 7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그해 말 성남시가 이를 기각하자 지난해 1월 수원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소송 제기를 지난 1월 기각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성남시를 상대로 시가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맞서는 모양새다. 성남시 주변에선 화천대유가 주도하는 소송이라는 게 중론이다.

화천대유는 아파트 입주민을 상대로 한 소송도 제기했다. 검찰이 2020년 12월 이를 기각하자 이듬해 2월 재항고했고, 이 역시 기각됐다.

성남의뜰, 이익잉여금 마이너스…주민들 시 공무원 연루 의혹 제기

한전이 성남시 의뢰로 추산한 송전선 지중화 비용은 대략 400억 원이다. 관련 업계에서 추정하는 비용은 1000억 원이다. 성남시 균형발전과 관계자는 "남측 지중화 작업의 경우 계획 단계에서 300억 원 정도가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600억 원 가량 들었다"면서 "북측은 이보다 구간이 더 길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라고 추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2020년 12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당시 성남시 도시균형발전과장은 "지중화 작업에 1600억 원이 들어간다"고 보고했다. 성남의뜰 관계자도 지난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남시가 성남의뜰에 이행 계획 수립을 지시함에 따라 1000억 원 가량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성남의뜰에 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발표된 2021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791억 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감사보고서에서 회계법인은 "대장지구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았고, 북측송전선로와 관련 환경영향평가법상 이행조치 취소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감사의견거절'을 내렸다. 재무제표상 성남의뜰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송전탑 이설 등의 문제로 준공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법인 청산만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지난해 회사는 716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 지난해 9월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모습. [뉴시스]

화천대유도 올해 똑같이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투자주식에 대한 신뢰성 있는 재무정보 미수령 △내부통제가 이유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은 838억 원이었다. 장부상 이익잉여금은 넉넉한 편이지만 한 해 전 1540억 원보다 45.5% 가량 급감했다. 청산을 앞두고 돈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심 판결대로 송전탑 지중화가 최종 결정되면 막대한 이설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숙제로 남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소송은 지중화 사업계획 수립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일 뿐 사업시행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판결문에서 이를 구분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체를 놓고 공방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규모 개발계획 경험이 많은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분법에 따라, 53%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 돈을 우선 부담한 뒤, 추후 화천대유 등 관계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아직 소송 중이라 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소송이 성남시 승리로 끝나고 이 과정에서 송전탑 이전 계획 변경 책임을 놓고 소송전이 불거지면, 지중화 이설 비용 환수에 걸리는 시간은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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