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화물연대 위협하는 자율주행
UPI뉴스
| 2022-06-17 13:46:32
전문가들, 레벨4 자율주행 첫 적용 산업으로 화물차 꼽아
화물연대의 파업이 한차례 회오리를 일으키고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 상황에서 화주와 화물차 운전기사 가운데 누구 말이 맞는지를 따지는 것은 별 실익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번 파업에서 드러난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탕이라도 더 뛰기 위해 하루에 10시간 넘는 장시간 운전도 불사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런데 앞으로 이들을 위협하는 것은 한 푼이라도 덜 주려는 화주가 아니라 기술발전, 자율주행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 안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4단계 자율주행
지난 7일 시작한 화물연대 파업이 한창 격렬해지던 지난 9일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4단계를 적용한 택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파업의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도 이 행사에 참석해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자율주행은 레벨 0부터 레벨5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된다. 레벨 0는 자율주행 기술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차량이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레벨 5가 완전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이 수준이 되면 자동차에는 핸들이나 제동장치가 필요 없어지고 자동차는 움직이는 거실이나 사무실로 바뀌게 된다.
완전 자율주행 하나 아래 단계인 레벨 4 역시 특별한 위험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는 고도의 자율주행을 수행하게 된다. 레벨 4부터는 만약 사고가 난다면 그 책임은 운전자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든 회사에 있다고 봐야 한다. 레벨 4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카메라나 레이더, 라이더로 인식한 주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AI(인공지능)를 통해 핸들과 제동장치, 가속장치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은 카메라 등으로 수집된 엄청난 양의 이미지를 전송받아 분석하고 있는데 이게 자율주행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자율주행,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2015년 미국 경제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2년 안에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내놓겠다고 호언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2년 안에 가능하다고 장담했고 2020년 10월에는 "올해에는 출시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이르러서는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실토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 수많은 종류의 장애물이나 자연현상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예를 들어 맨홀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보고, 무시하고 지나가도 되는지, 아니면 피해 가야 하는 돌덩이 같은 물체인지를 기계는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주행과정에서 수집된 수많은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어야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율주행도 데이터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테슬라 자동차가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중국 밖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한 것도 이런 데이터 싸움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레벨5 자율주행, 완전자율 주행은 언제 가능해질 것인가. 전문가들은 무선 통신으로 주변 차량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 C-ITS(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혼자서 주변을 살피고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주변 차량은 물론 교통관제 센터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자율주행의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그러나 순전히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자율주행이 비용, 보상 측면에서는 인간 운전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의 10만 Km당 사고 발생 확률은 12.8%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레벨 2.5에 해당하는 운전자 지원시스템,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를 장착한 테슬라 차량의 사고 확률은 1.5%로 집계됐다.
이런 차이는 인간이 운전할 때 발생하는 사고의 82%가 과속을 한다거나 음주 운전을 한다거나 스마트폰 등으로 딴청을 피울 때 일어나는데 비해 자율주행차량은 이러한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이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완전 자율주행이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사고율이 0%에 수렴해야 하고 자율주행차량이 일으킨 사고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4단계 자율주행은 한정된 장소에서의 완전 자율주행
현대자동차에 앞서서 레벨4 자율주행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에서 이미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캘리포니아에서 레벨4 자율주행차량을 운영하고 있고 여러 스타트업이 특정 도시에서 자율주행을 실증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기도 했다.
3단계 자율주행이 정체된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한 조건에서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레벨4 자율주행은 한정된 장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미 실증을 마친 셔틀버스의 자율주행도 레벨4로 볼 수 있다. 특정한 지역 안에서 자율주행을 하기 때문에 각종 시설물이나 도로 주변 상황을 최대한 파악해서 자율주행차량의 대처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레벨4 자율주행은 이미 완성단계에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레벨4 자율주행이 맨 처음 적용될 산업은 무엇이 될까? 대부분 전문가는 물류 산업, 그 가운데서도 화물차를 꼽고 있다. 고속도로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출발지와 도착지가 정해져 있고 도로 상황이나 날씨 등의 변수를 교통관제 센터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마존이 전기 트럭 회사인 리비안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운전자가 없는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경을 멀지 않은 장래에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발전에 따른 산업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고용 구조의 변화를 동반한다. 19세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를 만든 나라는 영국이다. 그런데 영국은 마차 사업, 마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최고속도를 3Km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르도록 하는 적기조례 (붉은 깃발법)를 만들었다.
그 결과 영국은 가장 먼저 자동차 산업을 시작하고도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게 됐다. 가장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마주한 현실은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와 이해당사자 모두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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