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원격 근무, 네이버는 맞고 카카오는 틀렸다?
UPI뉴스
| 2022-06-08 14:39:36
자율적인 네이버, 감시 요소 들어간 카카오…반응 엇갈려
업계·당국이 동의 여부, 감시 범위 등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지난주 국내 IT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비슷한 시기에 원격 근무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커넥티드 워크'라고 이름을 붙였고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라 불렀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네이버 직원들은 환호했고 카카오 직원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카카오는 결국 남궁훈 대표가 나서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격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서 두 기업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네이버는 비교적 직원의 자율에 맡긴 데 비해 카카오는 감시적 요소가 강조돼 있었다. 실시간으로 음성 채널에 연결하도록 했고 코어 타임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시간대에는 반드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도록 한 것이다. 비록 원격 근무지만 사무실 근무처럼 직원들을 눈앞에 두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원격 근무는 온전히 직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하는가? 아니면 어느 정도까지 직원을 감시할 수 있는가?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원격 근무를 유지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을 들여다보자.
코로나의 선물, 원격 근무
코로나 사태를 겪는 동안 재택근무, 원격 근무는 낯설지 않은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다. 출퇴근 과정에서 감염 위험, 직장 내 집단 감염 등이 우려되자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 원격 근무를 채택한 것이다. 특히 꼭 사무실 근무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화이트칼라 업종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해 나갔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뉴욕의 맨해튼이나 실리콘밸리처럼 비싼 임대료를 물고 있었던 기업 입장에서는 원격 근무가 손해 보는 근무 형태가 아니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원격 근무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트위터 같은 기업은 코로나가 종식돼도 원격 근무를 영구히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원격 근무를 원한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소리쳤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업체들이 잇따라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섰다.
원격 근무의 생산성 하락
기업은 직원에게 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길 원한다. 이를 고상한 말로 노동 생산성이라고 표현하지만 노동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기업이 망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원격 근무가 노동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그다지 긍정적인 것 같지는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작년에 시카고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도한 것을 보면 원격 근무 이후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늘어났지만, 생산량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은 대략 20% 정도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생산성이 줄어든 이유를 보면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직원들을 감독하기 위해 사무실 근무 때보다 더 많은 회의를 열어서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원격 근무 이전에는 주 0.5회이던 팀 회의가 21.5회로 늘어났고 두 시간 이상 연속 근무하는 시간은 주당 평균 34.5시간에서 32.7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리자와 직원 간 1대 1 미팅이나 직접적인 지시는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원격 근무 중인 직원을 믿지 못해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회의는 늘어나고 직원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노사 관계는 불신을 바탕으로 형성되는가?
특정 분야의 경우에는 직원에 대한 감시가 필수적일 수도 있다. 관리자는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 자세는 물론이고 기술이나 신제품 정보, 영업 정보 등의 유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고객의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은 직원들의 부당한 내부자 거래나 배임 행위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멀리 떨어져, 눈앞에 없는 직원이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원격 근무에는 직원에 대한 감시라는 항목이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대부분 나라에서는 원격 근무에서 직원을 감시 감독하는 행위 자체는 완벽하게 합법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고용주가 직원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가 Spyware, Bossware라는 이름으로 널리 개발돼 있다. 실시간으로 음성을 듣는 것은 물론 웹캠을 통해 직원들을 모니터링하고 업무와 관계없는 사이트에 방문하는 것을 알려주고, 누적 시간을 계산해 주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장면은 캡처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Spyware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팬데믹 이전에는 10% 정도였으나 앞으로 3년 안에 7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직원 감시의 핵심은 동의 여부, 그리고 감시의 범위
그렇다고 감독을 빙자한 감시를 마냥 허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미국의 여러 주가 취하고 있는 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뉴욕주는 지난달 전자모니터링을 통해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했다. 코네티컷, 델라웨어, 캘리포니아도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다. 개인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또 문제는 있다. 어디까지 감시할 수 있고 감시하는 과정에서 업무와 관계없는 개인 정보를 습득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문제는 숙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고용주가 직원의 사적인 정보까지 들여다본다면 개인의 정보보호라는 더 큰 가치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가 보자. 네이버는 맞고 카카오는 틀린 것일까? 두 회사 모두 고객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다. 직원의 일탈 행위가 빚을 피해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직원의 선의에만 맡겨서 될 문제는 아니다. 합당한 범위의 감시와 감독은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또 아무런 규정이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겉으로는 유연한 원격 근무를 표방하지만 그 뒤에는 무서운 Spyware가 숨겨져 있다면 그에 따른 직원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차라리 이번 기회에 업계와 정책 당국이 협의를 통해 합당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법률로 만들어도 좋고 인권위원회 차원에서 적절한 해석을 내려줘도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도가 틀렸다고만 할 수 없다. 다만 회사 측이 직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 만하다. 굴지의 IT 기업답지 않게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결정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직원과의 재협의 과정에서 왜 감시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감시를 할 것인지, 직원들과 솔직하게 협의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메타버스 근무제도가 등장한다면 원격 근무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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