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친명 전면전 점화…선거 참패 민주, 권력투쟁 속으로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6-02 14:03:46

친문 '이재명 책임론' 부각…홍영표·이낙연 쓴소리
친명 정성호, 친문 겨냥해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8월 전대 선출 새 지도부,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
존립 우려 각 계파, 사생결단식 당권 싸움 불가피
"쓰레기" 李비난 트윗에 文 '좋아요'…"실수"라는데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 직후 계파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누가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누가 혁신을 추진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 중심에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있다. 

친이재명계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참패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불리한 구도에서 최대 승부처인 경기지사를 지켰으니 '선방했다'는 인식이다. 그런 만큼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쇄신을 추진해야한다는 게 친명계 논리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비대위 총사퇴 입장을 발표하며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비명계 입장은 전혀 다르다. 20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큰 이 위원장은 혁신 주체가 아닌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가 대선 두달만에 송영길 전 대표와 함께 전면 등판한 게 최대 패착이라는 시각에서다. 친문들은 2일 이 위원장을 앞다퉈 저격했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었다"고 꼬집었다. 홍영표 의원은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한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질타했다.

신동근 의원은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당의 요구'라고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했고 지방선거를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며 "이 위원장과 송 후보는 책임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고 쓴소리했다.

비문 박용진 의원도 거들었다. 박 의원은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무한 책임이라는 언급을 했다"며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이 혁신 주체인지 아니면 쇄신 대상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친이재명계 수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친문을 겨냥한 것으로 비친다. 정 의원은 "국민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고 경고했다. 친명계가 지방선거 완패를 당내 세력 교체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친명계는 되레 '이재명 역할론'을 부각하며 책임의 화살을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에게 돌렸다.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은 개혁세력일 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박 위원장이 '586용퇴' 등 반성만 하다가 당을 수렁에 빠뜨렸다고 몰아세웠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 자산인 이재명, 김동연이 살아 온 것에 감사하다"라고 치켜세웠다. 김진애 전 의원도 "벌써 나서서 당권 싸움 재는 모습이 역겹지 않나"라고 했다. 

지방선거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리더십 공백과 맞물려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오는 8월로 예정돼 있는 탓이다.

새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당권을 차지하는 계파가 주류 세력이 되면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비주류가 되면 낙천 공포에 떨면서 존립을 우려해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친문도, 친명도 사생결단의 대결이 불가피한 셈이다. 새 지도부 선출 시점, 방식을 놓고 치열한 권력투쟁이 예상된다.

친명계가 '이재명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건 이 위원장 입지를 미리 터주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친명계가 당권을 쥐면 다음 총선 공천이 불안한 친문계는 반발, 대항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일각에선 이 위원장을 수렁에서 건진 경기지사 선거 승리가 되레 민주당 내분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2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현충탑에서 분향하며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한 정치 전문가는 "민주당이 경기지사마저 놓쳤다면 이 위원장 책임이 분명해지면서 상황 정리가 쉬울 수 있었다"며 "모두 이선 후퇴하고 무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명계가 비빌 언덕이 생긴 격"이라며 "계파 갈등이 확산되면 내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심할 경우 당이 쪼개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이 이 위원장을 비판하는 트위터 글에 '좋아요'를 눌러 주목됐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단순한 실수였다고 해명했으나 '본심' 아니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동감이다. 그 쓰레기(이재명) 때문에 부활한 국짐(국민의힘) 쓰레기들 때문인가 보다"라는 한 네티즌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현재는 취소했다.

권력투쟁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제3지대 원로급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당이 양분되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알리는 순간 계파 전면전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조응천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와 함께 각료들이 대거 당에 돌아왔다"며 "그들을 중심으로 (친문) 세력이 뭉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의원은 "굉장한 내상을 입은 이재명 고문이 깔끔하게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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