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에 총집결한 정치권…與 "중도공략" vs 野 "지지층 결집"
조채원
ccw@kpinews.kr | 2022-05-23 17:43:06
文, 페북에 "약속을 지켰다…그리운 세월이었다"
노무현 향수 자극…여야, 각기 다른 메시지 전해
이재명 "약속 못지켜 죄송" 이준석 "잘 모시겠다"
여야 정치권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총집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범야권 인사 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정부 측 관계자 다수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을 함께 추모하면서도 6·1 지방선거 국면을 고려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냈다.
대선 패배에 이어 6·1 지방선거 참패도 우려되는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10·4 남북공동선언, 동북아 균형자론' 등을 소환하며 "한미동맹이나 잘 챙기라는 보수진영의 비난과 비아냥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 문 전 대통령이 와계시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됐고 6위의 군사 강국으로 우뚝 섰다"며 "개발도상국, 중진국 정도로 자평하던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이 "이 박수는 문 전 대통령에게 보내달라"고 말하자 추모객들은 박수를 치며 '문재인'을 연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일어나 손을 흔들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화답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대선 패배 후 기운이 안 난다고 말하는 분이 적지 않다"며 "그럴수록 더 각성해 민주당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노무현 향수'를 자극해 야권 지지층을 위로하고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후 추모식에 직접 참석한 것도 그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전 대통령은 추모식 참석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약속을 지켰다. 감회가 깊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아내(김정숙 여사)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리운 세월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함께해주신 많은 시민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늘 깨어있는 강물이 돼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5년 만에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통령 신분으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추도식 후 기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께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당 지도부와 범야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은 추모식 전 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 도시락은 노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이해찬·정세균·한명숙(가나다순) 전 국무총리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이, 정의당에서는 이은주 원내대표와 배진교·심상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동연 경기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와 박남춘 인천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이 함께했다.
정부관계자와 여권 지도부도 많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윤석열 정부를 대표해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속도를 내고 있는 국민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노 전 대통령 추도식과 관련해 "한국 정치에 참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라며 "권 여사를 위로하는 말씀을 (메시지에) 담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미경 최고위원, 김형동·허은아 수석대변인, 양금희 원내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지만 민주당에는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중도층 표심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 등은 추도식 후 권 여사를 예방했다. 예방을 마친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지금은 지방선거 중이라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이 노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자리에 오기로 했다"며 "앞으로 협치의 틀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을 모시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고 권 여사께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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