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위험 '무설정 아파트론'…남편에 숨기려는 아내 '유혹'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5-20 16:52:23
'남편 명의' 아파트로 전업주부도 대출 가능
금리 최고 20% 달해…"섣부른 대출은 위험"
강 모(40·여) 씨는 남편의 소득만으로 자녀 둘을 양육하기 힘들어 몇 년 전부터 카드모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입이 쏠쏠했으나 코로나19 사태 후 대면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급감했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카드론 등에 손을 댔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생활고가 더 심해졌다. 고민하던 강 씨는 한 대출모집인으로부터 '무설정 아파트론'을 권유받았다.
담보 설정 없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강씨 부부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는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꽉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남편 몰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마음에 들었다. 강 씨는 고생하는 남편에게 생활고를 알리기 싫었다. 결국 연 12% 금리로 1억 원을 빌렸다. 급한 빚을 막고 생활비로 쓸 계획이다.
전 모(37·여) 씨는 전업주부다. 남편 몰래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최근 주가 급락으로 5000만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혹여 남편에게 들통날까봐 발을 동동 굴렀다. 특히 단기 대출 몇 건은 빨리 막아야 했다.
다급했던 전 씨는 지인이 무설정 아파트론을 권하자 반색했다. 전 씨 부부의 아파트는 남편 명의지만 대출 시 담보로 제공하는 건 아니기에 남편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고액 대출이 가능하고 대출 기간이 1년이며 만기연장도 할 수 있어 당장 상환 압박에 시달리지는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금리는 연 18%로 매우 높은 편이었지만 전 씨는 즉시 대출을 신청했다.
경기침체·고물가·고금리가 동시에 덮치면서 많은 가계가 생활고로 신음하고 있다. 이들을 노리고 가계대출 규제의 빈틈을 파고든, 무설정 아파트론 등 소위 '편법 대출'이 유행하고 있다.
무설정 아파트론은 주로 캐피탈사,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 대부업체 등에서 취급한다.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만 대상으로 하나 직접 담보 설정은 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또 부부의 경우 공동명의든, 일방 명의든 상관하지 않는다. 남편 명의의 아파트라고 해도 아내에게 대출해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20일 "사실상 남편 몰래 큰 돈을 빌리고 싶은 아내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를 직접 담보로 제공하는 건 아니기에 소유권자의 동의가 따로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담보 설정이 없어 상품 구조는 신용대출 형태를 띤다. 대부분 만기일시상환 방식이다. 만기는 1년인데 연장 가능하다.
신용대출임에도 굳이 아파트 소유자만을 대상으로 한 건 채권자 입장에서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담보 설정이 되지 않았더라도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 한도를 쉽게 계산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이 시세를 제공하는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LTV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보통 LTV 95~100%까지 대출 가능하다.
캐피탈사에서 대출받을 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50% 규제가 적용되나 대부업체나 대부업체와 연계한 P2P금융사 대출은 그런 제한도 없다. 전업주부라도 가능하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남편의 직장과 소득은 반드시 확인한다"고 밝혔다. 아내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남편에게서 받아내려는 목적이다. 그는 "남편 명의의 아파트에는 경매를 신청하기 어렵지만 남편들은 혹여 직장에 알려질까 두려워 아내의 빚을 잘 갚는다"며 리스크가 낮음을 강조했다.
채권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낮기에 고액 대출도 쉽게 실행한다. 당장 큰 돈이 필요한 차주에게는 꽤 유용한 셈이다. 만기도 긴 편이라 단기 대출을 정리하고 싶은 차주들에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설정 아파트론은 금리가 꽤 높다. 대개 연 10%대 초반이다. 법정최고금리인 연 20%까지 받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거운 이자부담 때문에 자칫 빚의 지옥에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규제를 피해 남편 몰래 고액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꼼꼼히 따져볼 것을 권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