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명백한 폰지사기…처벌은 쉽지 않아"

강혜영

khy@kpinews.kr | 2022-05-19 15:21:11

"전재산 10억 날려"…'루나 사태'에 우는 개미들
투자 피해자들, 권도형 대표 사기 혐의로 고소

김 모(41·남) 씨는 저축과 주식 투자로 모은 전재산 약 10억 원을 한국인 개발자 권도형 대표가 만든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테라에 투자했다. 매매차익을 노리진 않았다. 테라를 전부 테라폼랩스의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앵커프로토콜에 예치했다. 앵커프로토콜이 예치한 테라에 대해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는 걸 노린 것이다. 

그러나 테라 폭락으로 한 순간 전재산이 날아갔다. 그날 이후 김 씨는 잠을 제대로 못이룬다. 새벽녘 설핏 잠들었다 깨는 아침이 고통스럽다. 

전 모(38·여) 씨는 식당을 경영하는 자영업자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당 폐업 후 돈을 벌기 위해 테라와 루나에 투자했다. 금융기관 대출과 지인 자금까지 끌어다가 총 4억 원을 쏟아부었다. 돈을 벌어 전세금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었다. 전 씨의 자금 4억 원은 테라와 루나 폭락으로 전부 사라졌다. 

문 모(29·남) 씨는 대출 1억3000만 원을 포함, 총 1억9400만 원을 루나에 투자했다. 지난 12일 갑자기 루나 가격이 폭락하자 보유 전량을 던졌지만 너무 늦었다. 남은 돈은 420만 원뿐이다. 

▲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수직낙하하는 루나 매매가격 그래프가 선명하다.  [뉴시스]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의 폭락은 투자자들에게 '날벼락'이었다. 피해자들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이란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다. 19일 기준 가입자가 2170여 명이다.

해당 카페 운영진은 사기죄(유사수신 행위 규제 법률 위반)로 권 대표와 신형선 공동창업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운영진은 "수많은 분들이 연 20% 수익률에 현혹돼 큰 손실을 입었다"며 "그 사이 사기꾼들은 엄청난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피해 투자자 5명은 이날 이미 권도형 대표를 사기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고발했다.

테라는 개당 가격이 1달러에 페깅(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라의 가치를 보증하기 위해 테라폼랩스는 자사가 만든 또 다른 암호화폐 루나를 담보자산으로 제공했다. 

테라를 1달러 가치의 루나와 교환해주는 걸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으로 그 가치를 보증하는 것이다. 테라는 루나를 통해서만 매매할 수 있는데, 테라 가격이 1달러가 넘으면 테라를 팔고 루나를 삼으로써 가격을 떨어뜨리고,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로 테라를 삼으로써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테라 가격이 60센트를 밑돌자 테라와 루나 패닉 매도로 알고리즘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한 순간에 루나 가격이 99.99% 폭락하면서 두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58조 원 가량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폰지 사기"라고 지적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백한 폰지 사기"라면서 "가치가 변동되는 담보물로 20% 이자를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도 "말도 안 되는 구조의 폰지 사기"라고 비판했다. 배상훈 전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폰지 사기 형태가 맞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실제로 권 대표를 찾아내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기적인 구조만으로는 부족하다. 사기범이 처음부터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교수는 "사기 의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 20%의 이자 지급이 서면 계약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구두약속의 형태인 등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고 덧붙였다. 

배상훈 전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기 의도 입증뿐 아니라 권 대표를 찾을 수 있는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권 대표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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